윤모 일병 집단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육군 검찰관은 윤 일병을 숨지게 한 선임병 5명을 처음에는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부검과 시민단체의 폭로 등으로 가혹행위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주범인 이모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통상 1심 재판장은 대령급이 맡아왔지만 이번엔 장성급으로 격상했다. 재판부도 최대한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인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믿지 못하겠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행 군 사법체계에서는 부대 지휘관이 수사·재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은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관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물론 판결이 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단장·군단장들이 무리하게 구속을 지시하는가 하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형을 마음대로 깎아주는 경우도 있다. 지휘관은 또 자신이 통솔하는 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징계를 받거나 승진에 누락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이나 재판을 은폐·축소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실제로 군사법원의 판결이 민간법원에 비해 눈에 띄게 오류가 많다. 10일 대법원과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대법원이 처리한 군사법원 사건 수는 총 63건이었다. 이 중 4건이 파기환송·이송돼 파기율은 6.3%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대법원이 군사법원 사건 104건을 처리해 5건을 파기했다. 파기율은 4.8%였다. 이는 최근 수년간 2∼3%에 그친 민간법원에 비해 높은 수치다. 대법원에서 군사법원 사건이 민간법원보다 비율상 2배 이상이나 많이 깨지는 것은 그만큼 원심 판결에 오류가 많다는 뜻이다. 군 사법체계 개선 필요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독일과 프랑스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두지 않고 민간 검찰과 법원이 맡는다. 미국엔 군사법원이 있지만 상설이 아니고 재판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만들어지며, 영국은 1심만 군사법원에서 하고 2심은 일반 법원에서 한다.
1, 2심까지 군사법원이 맡고 지휘관이 수사·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현재의 우리 군 사법체계를 유지하는 한 윤 일병 사건처럼 가혹행위를 감추고 축소하는 고질병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형벌권까지 행사하는 지휘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1심부터 법률가로만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 심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아울러 군내 폭행·절도 등 형사사건 처리를 일반 검찰과 법원이 맡도록 하는 이른바 ‘윤 일병 방지법’ 도입과 국방부 소속 군 판사단에 의한 순회재판 실시, 일반 병사에 의한 사법참여 확대 등도 검토해볼 만할 것이다.
[사설] 총체적인 군 사법개혁 방안 모색할 때
입력 2014-08-11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