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능형 범죄’ 국세청도 파악 못했는데… 감사원이 역외탈세 루트 찾았다

입력 2014-08-11 03:21

감사원이 최근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조사자료 등을 통해 국세청도 알지 못하는 지능적인 역외탈세 루트를 상당수 파악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부의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세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역외탈세 추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능형 조세회피 방지 실태’ 감사에서 상당히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감사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국세청에 질문서를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대부분 국제조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지능형이다 보니 국세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모르는 역외탈세 루트를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역외탈세 유형이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이 새롭게 파악한 역외탈세 루트는 상당수가 불법 외환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출물품 대금을 부풀려 차액만큼 불법으로 외환을 반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외국에 위장법인을 세워 직접 투자하거나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거래를 위장하는 방법으로 역외탈세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수출입과 관련된 외환거래 중 의심되는 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하면 역외탈세 조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당국 신고 없이 외국에 유출된 자본이 한 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불법 자본유출 규모는 최소 6조원에서 최대 24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역외탈세 근절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올해부터 국세청과 관세청 간 외환거래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원활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세청과 관세청 간 역외탈세, 불법 외환거래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해당 정보를 두 과세관청이 공유할 경우 상당한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해 3월 6일부터 4월 19일까지 실시한 ‘공공정보 공유 및 개방실태’ 감사에서 국세청과 관세청이 불법 외환거래 조사 자료 등을 공유해 활용할 경우 매년 421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은 해외소득 및 해외금융자산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자진신고로는 역외탈세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기관 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다른 국가와도 과세정보 교환을 위한 협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