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을 슬금슬금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용·성형 목적의 쌍꺼풀, 코 성형, 여드름, 제모 및 탈모치료 등에 부가세 10%를 물린 데 이어 금융과 학원 부문으로까지 부가세 과세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금융에는 자산 관리와 상담, 상품 설계, 보험 계리, 자동차 금융리스, 세무·부동산 상담 등이 주 대상이다. 또 전용면적 135㎡ 초과 아파트의 관리비, 구글·애플 앱스토어 등 해외 오픈마켓의 개발자 앱, 사설학원의 교육 용역에 대해서도 부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외국보다 부가세 면제 범위가 넓고 부가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부가세율 18.7%에 비하면 10%인 우리의 부가세율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OECD 주요 회원국들의 경우 전체 세입에서 소득세 등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데다 빈부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소득 대비 소비가 많은 서민이 소득 대비 소비가 적은 부자보다 더 많이 내게 된다. 간접세여서 정부로서는 징세에 따른 부담은 없는 반면 징세효율은 어느 세목보다 높다. 정부가 여론의 비판이 두려워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도 부가세를 통해 세수를 증대하겠다는 것이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부가세 과세 대상 확대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에도 역행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세전 빈곤율은 0.173%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러나 세후 빈곤율은 0.149%로 이스라엘 칠레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소득에서 세금을 떼고 나면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간접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소득재분배 기능의 역진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도 정작 서민을 위한 내용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산층을 위한 세금우대저축 등은 폐지하고 대기업과 고임금자, 대주주를 위한 감세 정책이 주류였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많은 부가세 강화 정책을 펴는 것은 국민 다수를 고려하지 않은 징세편의주의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릴 것이 아니라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을 정도로 돈 사정이 넉넉한 대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정부 때 내린 법인세율을 25%로 원위치시키는 것이다. 우리 법인세율 22%는 OECD 평균 25.4%(2011년 기준 )에 비해서 여전히 낮은 편이다. 법인세율 인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정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사설] 서민 부담 가중시키는 부가세 부과 신중해야
입력 2014-08-11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