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헌병대 대령이 수사본부장을 맡아 지휘하면서 기소는 하급자인 중위 검찰 법무관에게 시켜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내에서조차 군 검찰이 심문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본부장을 6군단 헌병대장이 맡게 됐는데 왜 공소를 동등한 6군단 검찰부가 제기하지 않고 28사단 차원에서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임 검찰관에게 맡겨 기소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막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공소장을 제출한 28사단 검찰관은 당시 임용된 지 한 달이 막 지난 최승호 중위였던 데 비해 수사본부장은 6군단 헌병대장 문병규 대령이었다. 상명하달인 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수사 내용이 누락된 채 공소장이 작성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수사기록을 분석해 보면 공소장에는 누락된 내용이 존재한다. 지난 4월 17일 최 검찰관은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 병장을 1차 심문하면서 '미필적 고의'로 인정할 수 있는 자백을 받아냈다. 그는 "지금 피의자가 생각하기에 4명이 1명을 이렇게 가혹하게 폭행하면 '맞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나, 안 드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병장은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피의자가 가해자에 대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진술은 등장하지 않은 채 혐의를 상해치사로 단정했다.
국방부는 "헌병대는 수사권을 갖기 때문에 군 검찰과의 관계를 사회에서의 경찰과 검찰 관계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8군단 검찰부가 공소를 제기했던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에 비해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범죄일람표를 보면 '오줌을 싸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1회 찼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미필적 고의와 관련된다"고 말했다.
군은 뒤늦게 1심 재판장을 대령에서 장성으로 바꿨다. 육군은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새 재판부는 3군사령관이 지명하는 장성(준장) 1명과 3군사령부 군 판사 1명, 7군단 군 판사 1명 등 3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수사팀도 새롭게 짜였다. 소령 법무관이 포함된 5명의 검찰관과 수사관 4명이 오는 12일부터 '살인죄 적용 여부' '추가 가혹행위' 등을 보강 수사할 방침이다.
유동근 기자
[단독-윤일병 폭행사망 파장]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자백 불구 공소장에는 누락… ‘권한 억압’ 의혹
입력 2014-08-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