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여전히 냉랭… 아베 취임 후 첫 외교 수장 접촉

입력 2014-08-11 05:11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9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미얀마에서 비공식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외교 수장의 만남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10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나는 (왕 부장과) 관계 개선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대화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양측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하는 문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APEC 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문사도 양국 외교장관 회담 사실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중국신문사는 "왕 부장과 기시다 외무상이 비공식 접촉을 했다"면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왕 부장이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정치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첫 만남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지만 양국 관계가 곧바로 호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사회과학원 리페이 부원장은 "중·일 나아가 중·일·한의 관계 정상화가 역내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 총리가 기회주의적 태도를 견지한다면 APEC에서 푸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의 냉랭한 분위기도 계속됐다. 특히 왕 부장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양자 회담에 지각하자 공개적으로 핀잔을 줬다. 왕 부장은 통역을 통해 케리 장관에게 "30분 이상 기다렸다"며 꼬집어 역정을 냈고 케리 장관의 사과를 받아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이어진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이 아태지역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중국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두고 주변국과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자제하도록 촉구한 데 대한 답변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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