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이라크 반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시작된 가운데 예정대로 휴가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사우스론)에서 이라크 공습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곧바로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 섬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2주 동안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오후 1시10분쯤 섬의 숙소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인근 골프장으로 향했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 레이 알렌, 스포츠방송 진행자 사이러스 워크 등이 동반 골퍼였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가자지구 분쟁과 이라크 반군에 대한 공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휴가를 가 골프를 친 데 대해 공화당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대통령은 골프에 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로이터 통신은 심각한 어조로 기자회견을 하고 4시간 만에 한가롭게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공습 결정에 앞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의 긴급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저녁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회담장을 빠져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차량에 뎀프시 합참의장이 갑자기 올라탔다.
그는 이슬람국가(IS)가 미 영사관이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을 위협하고 있으며 소수민족 야지디족이 산악지대에 고립됐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간 최소 4번 회의를 열었으며 최초 보고를 받은 지 36시간 만에 공습을 단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 보도했다.
뎀프시 합참의장 보고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가안보보좌관들과 회의를 진행했으며 막바지에 야지디족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7일 오후 상황실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화상회의를 진행했으며 2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을 최종 결정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오바마 “공습 와중에도 휴가는 간다”
입력 2014-08-11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