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아이들 돕는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습니다.”
대구에서 20년 동안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도와온 대구 성서경찰서 박덕락(50) 경위는 11일 아이들을 돕는 것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아이들을 한번 도운 사람이라면 절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경위가 처음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대구 중부경찰서 남산4동파출소에 근무하던 1995년부터다. 당시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낡고 비좁은 집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소녀가장 자매를 알게 됐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박봉을 쪼개 매월 1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박 경위의 지원은 자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
박 경위는 1999년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아이들 등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뜻있는곳’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에서는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지금까지 매월 200여만원(초등학생 5만원, 중·고생 7만5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 경위와 뜻있는곳 회원들은 그동안 70여명의 아이들을 도왔고, 이 중 40여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거나 사회인이 됐다. 현재도 30여명의 학생을 돕고 있다.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도움 받았던 학생이 바르게 성장해 뜻있는곳 회원이 된 경우도 있다.
박 경위는 “처음 인연을 맺은 소녀가장 자매들과 계속 연락을 해왔는데 올해 각각 서른하나, 서른둘이 된 자매가 모두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뿌듯하다”며 “다른 아이들도 직접 찾아오거나 감사편지를 보내는데 잘 성장한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경위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 경위는 뜻있는곳 모임을 만들었던 1999년 동네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김천수 회장 및 자율방범대 회원들과 함께 ‘무궁화봉사단’도 만들었다. 봉사단은 현재까지 매달 한 차례 지역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해 자장면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단 회원은 초기 15명에서 지금은 300여명으로 크게 늘었고, 대구지역 중화요리 전문점 12곳도 후원을 하고 있다.
1990년 12월 경찰이 된 박 경위는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와 달서경찰서, 중부경찰서를 거쳐 현재 성서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다. 사회봉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장관상과 경찰청장상을 수상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소년소녀 가장돕기-대구 성서경찰서 박덕락 경위] 어려운 학생 돕기 20년, 번듯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보람
입력 2014-08-12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