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부산하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났음에도 7·30재보선에서 11대 4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당 혁신의 키를 잡은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의 일성은 무당무사(無黨無私), 무민무당(無民無黨)이다. ‘당이 없으면 내가 없고,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당을 재건하겠다는 의미다.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가겠다는 뜻일 게다.
큰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지난 재보선에서 참패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민(民)’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다. 권은희씨 공천 파동, 선거 막판 정의당과의 원칙 없는 야권연대, 6·4지방선거에 이은 ‘세월호 심판론’의 재탕 등 국민보다 당리당략·계파정치가 우선이었다. 사실 이런 폐단은 야당의 고질이다. 선거에 졌을 때마다 당 안팎에서 단골 메뉴처럼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들인데 남 탓만 해대면서 고치지 못했다. 구성원들은 기득권 유지에 만족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과연 이번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만큼 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그러던 차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전격 합의한 것이 그것이다. 재보선을 통해 ‘세월호 심판론’은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인 것은 맞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피로감’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민생과 경제를 챙겨 달라는 정치권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키로 한 건 이런 민심을 받든 결과일 것이다. 좀 더 확대 해석하면 강성의 야당 지지자들 의견을 중시하고 대변하던 종전의 입장과 달리 보다 많은 국민들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일차적으로 대정부 투쟁을 선호하는 지지자들 눈치를 살피는 데서 탈피해야 한다. 그들 편에 서는 건 힘들지 않다. 그들과 한목소리로 정부·여당을 힐난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반복할수록 대안 없이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정당,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정당, 국가 발전과 민생에는 관심 없는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의 편향 정도에 비례해 여당 지지자들 결속 또한 견고해지기 마련이다. 고령화 추세로 정치지형은 보수화되고 있다. ‘지지자 정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집권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질 소지가 농후하다.
답(答)은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민심을 선도하면서 외연을 넓혀 ‘국민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던 것처럼 국민보다 반보(半步) 정도 앞에서 국민들을 이끌어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민생과 경제, 안보와 관련된 정책들은 경우에 따라 여당보다 더 오른쪽에 서는 과단성(果斷性)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인적 교체도 단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때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놓고 세월호 유가족과 당내 강경파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난관이 조성되고 있지 않나. 이 허들을 넘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강경파로 통했다. 하지만 총체적인 변혁을 꾀해야 하는 ‘비대위원장 박영선’은 달라야 마땅하다. 야합이라며 재협상을 주장하는 이들과 만나 최선은 아닐지라도 국민의 삶과 국가를 위해, 그리고 새정치연합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설파해야 한다. 언제까지 갈등과 투쟁의 정치를 계속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호소하며 돌파해야 한다.
두 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패한 데 이어 올 지방선거와 재보선 때도 엄중한 경고를 받은 것이 야당의 현주소다. 지금까지 안주해온 ‘지지자 정당’의 틀을 깨야 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그리 멀지 않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김진홍 칼럼] ‘지지자 정당’의 틀 깰 수 있을까
입력 2014-08-11 03:30 수정 2014-08-11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