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남성현] 신체침해는 죄짓는 행위

입력 2014-08-11 03:17

2011년 필자가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에서 안식년 연구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둘째 녀석이 다니는 학교 교감선생님이 ‘눈싸움’ 해프닝으로 우리 부부를 호출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쉬는 시간에 둘째를 포함해 3명의 5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 쌓인 눈으로 요새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3학년 아이들 10여명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요새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내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3학년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 장면은 즉시 교감실로 보고 되었다.

몬트리올에서 벌어진 일

교감선생님은 우리 부부와 둘째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떤 경우라도 떠밀거나 걷어차거나 주먹을 휘둘러 다른 아이들의 ‘신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혹 그런 일을 당할 경우 절대 ‘동종보복’으로 ‘자력구제’를 하지 말고 즉시 교감인 자신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면 사건을 조사하고 과실을 따져 적절한 처벌로 질서를 바로잡아 준다는 것이다. 이 일로 관련 학생 모두와 그 부모가 호출되어야 했다. 결국 5학년 아이들 3명 전원과 3학년 주동자 아이 1명이 하루 동안 교무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벌을 받았다. 우리 같으면 가벼운 ‘실랑이’로 여겨졌을 해프닝이 어떻게 ‘신체(인격)침해’로 간주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일까.

이걸 살펴보려면 고대 로마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찍이 로마법은 타인의 몸을 침해하는 행위를 인격침해로 처벌했다. 기원전 450년경 제정된 12표법은 살인, 상해, 타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는 물론, 상처를 남기지 않고 밀거나 때린 경우까지도 신체(인격)침해로 규정했다. 이런 로마법적 전통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기독교 전통과 곧 결합되면서 발전되어갔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부모가 자식을 회초리로 때려도 신체(인격)침해로 간주되어 중형을 선고받는다. 로마법과 기독교가 그 배경에 짙게 드리워있다.

윤모 일병 사망 사건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구타당해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고, 갈비뼈는 14개나 부러졌다. 22사단 임모 병장의 총기사건 때처럼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장을 대령급에서 장성급으로 교체하고 살인죄로 기소한다지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마땅한 처벌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통계를 보니 2013년 군내 사망사고 62건 중 42건이 원인불명이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 군의 실상이 어떠하기에 젊은이들이 생명을 잃는데도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단 말인가. 군의 사법체계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하루 속히 군 내부의 형사사건을 민간 감독관이나 민간검찰에 이양해 인권을 보호하고 전투력의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

부러운 서양의 기독교적 가치

그런데 군대 내부에서 벌어지는 신체(인격)침해는 비단 군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군사부일체라는 조선 유교의 지배이데올로기가 여전히 뿌리 깊어 국가와 스승과 부모가 약자의 신체와 인격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 또는 묵인하고 있다. 2011년 학생체벌금지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되었다. 지난 7월 10일 창원지방법원은 학생의 뒤통수를 때려 거의 실명에 이르게 만든 교사 두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지난 금요일, 미국 뉴욕 퀸스에서는 한인 아이들을 공책으로 때리고 책을 머리 위에 들고 서 있게 한 혐의로 한인 2명이 기소되었다.

서양 사회를 부러워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서양 사회에 녹아 있는 기독교적 가치는 정말이지 부럽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따라서 타인의 신체와 인격을 침해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런 가치가 상식이 될 때면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