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멜론, 지니, 엠넷, 올레뮤직과 네이버 뮤직 등 주요 음원차트 1위는 래퍼 산이와 여성그룹 애프터스쿨의 레이나가 부른 ‘한여름밤의 꿀’이었다. 빅뱅 태양의 ‘눈·코·입’은 엠넷을 뺀 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두 곡 모두 지난 6월 음원을 공개한 뒤 음원차트에서 ‘장기 집권’하고 있다.
길어야 1∼2주 천하로 끝났던 음원차트에 최근 이변이 생겨나고 있다. 위의 두 곡처럼 한달 이상 사랑 받는 것은 물론, 길면 3개월 넘게 인기를 끄는 곡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현재 멜론 등 주요 음원 일일 차트에서 ‘한여름밤의 꿀’과 ‘눈·코·입’은 10위 안에 자리 잡았다. 두 곡 뿐만이 아니다. 정인과 리쌍의 개리가 부른 ‘사람냄새’, 김창완이 피처링해 화제를 모은 아이유의 ‘너의 의미’는 지난 5월 음원을 내놓은 뒤 3개월이 지나도록 20위 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여성 그룹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도 지난달 21일 음원을 발표한 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며 장기 레이스에 들어갔다.
한 때 음원 시장은 1, 2주면 사라지는 음원들이 차트를 장악했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음식에 빗댄 ‘패스트뮤직’ ‘인스턴트 뮤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음반 업계에선 아이돌 가수가 대거 출현하면서 음원 수명이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음반 업계는 최근 나타난 이례적인 롱런 현상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일단 소비 계층의 정서를 꿰뚫는 노래를 내놓은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10일 “사랑받는 음악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라며 “올 상반기 세월호 사고 등 우울한 소식이 많으면서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노래보다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에 더 많이 반응했다”고 말했다.
실제 인기를 끈 노래들은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었다. 올 상반기 장기 레이스의 포문을 연 곡 ‘썸’은 소울 감성이 가득한 정기고 특유의 로맨틱한 보컬에 소유의 청아한 음색이 어우러진 미디엄 템포 듀엣송이다. ‘한여름밤의 꿀’이나 ‘사람냄새’, ‘눈·코·입’ 등 세 곡도 R&B 힙합이거나 R&B 슬로곡들이다.
기획사의 기획력도 한몫했다. 태양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인 악동뮤지션, 타블로 등을 동원해 ‘눈·코·입’ 커버곡(타인의 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부르는 것)을 발표, 끊임없이 이슈를 재생산했다. 스타십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재미를 봤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 에프엑스와 YG의 투애니원, JYP의 갓세븐 등 대형기획사 가수들이 실험적 음악에 도전하는 사이 스타십은 친숙한 멜로디인 ‘썸’을 앞세워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면서 “여름철 휴가 시즌엔 미디엄템포 곡들이 선점한 음원 시장에 씨스타의 댄스곡을 내놔 재미를 봤다”고 설명했다.
장기 집권하는 곡들이 많은 걸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순위를 바꿀만한 대체 음원들이 나오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음악 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썸 외에 상반기 인상적인 히트곡들이 없었다. 그만큼 음원시장이 풍성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인스턴트 뮤직’ 시장 2014년 여름 돌연 ‘롱∼런곡’ 천하
입력 2014-08-11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