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재찬] 대한예수교장로회

입력 2014-08-11 03:31
1912년 9월 1일, 평양 경창리 여자성경학원에서 조선야소교장로회(조선장로회)가 첫발을 뗐다. 지금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의 전신이다. 당시 창립총회에서 총회 대의원들은 단체 명칭의 첫머리에 ‘조선’이라는 글자를 명시했다. 일제 강점기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교회만큼은 일본에 예속될 수 없다’는 선포이자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장로회의 지난 100년은 순탄치 못했다. 공식적인 신사참배를 가결(1938)한 이후 일본기독교조선교단으로 통합되는 수모를 겪었다. 1949년 대한예수교장로회로 이름이 바뀐 뒤부터는 분열의 역사가 본격화됐다. 신사참배 논쟁으로 ‘고신’이 갈라져 나갔고(1952), 신학 노선 차이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떨어져 나왔다(1953). 세계교회협의회(WCC) 문제를 둘러싸고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갈라섰다(1959).

이때까지만 해도 장로교단의 분열을 신학적 입장과 신앙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예장합동의 비주류 측이 ‘예장합동 개혁’ ‘예장합동 보수’ 등으로 갈라지고 장로교단이 우후죽순 생기게 되면서 분석이 달라진다. 김수진 한국교회역사연구원 원장은 “굳이 이유를 든다면 교권주의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올 초 한 교계신문사가 집계한 국내 개신교단 현황에 따르면 ‘예장’ 명칭을 쓰는 교단은 총 204곳. 감리교와 침례교 등을 포함한 국내 전체 교단(252곳) 중 81%다. 교단 수로만 본다면 조선장로회 창립 이래 102년 동안 6개월꼴로 교단 하나씩 생긴 셈이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는 ‘한국교회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가 열렸다. 사실상 한국의 장로교를 대표하는 양대 교단인 예장합동과 통합의 전직 총회장들이 주최했다. 양 교단 분열에 대한 회개와 성찰, 화해와 협력을 위해 함께 두 손을 모으는 자리였다. 임박한 가톨릭 교황의 방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도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양 교단의 공식기구인 현 총회가 배제됐고, 대형 교회 주도로 행사가 이뤄졌다는 비판 등으로 미묘한 갈등이 교단 안팎에 노출됐다. 이 와중에 ‘예장합동 예본’이라는 또 하나의 장로 교단이 12일 창립한다고 한다. 성경은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에베소서 4장 3절)’고 했건만 여전히 반목하고 분열하는 한국교회의 모습만 부각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