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 아빠, 아이가 머리 아프다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함께걸음한의원 이상재(33) 원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며칠 전 감기로 다녀간 아이 상태가 다시 나빠지자 부모가 보낸 것이다. 아이가 열은 없는지, 의식은 괜찮은지 등을 확인하더니 이 원장은 "응급 증상은 아니고 머리와 목 부위 근육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을 지압해주라"고 답장을 보냈다.
주민들에게 이 원장은 의사선생님이 아니라 '진서 아빠'로 통한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로도 언제든 상담을 받아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진료와 소통을 한다. 이런 이 원장과 환자들은 2005년 창립된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속해 있다.
함께걸음한의원은 2008년 조합원들이 출자해 설립했다. 가입비 5만원과 매달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조합원과 가족들은 이런 서비스와 함께 진료비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의사가 조합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항생제 등의 과다처방 문제가 없고 의사에게 격의 없이 상담도 할 수 있다. 함께걸음한의원의 하루 평균 환자 30여명 중 60%가 조합원이다.
김양숙(65) 할머니도 이날 딸의 소개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왔다. 이 원장은 각종 검사와 측정을 한 뒤 할머니에게 "다 괜찮은데 체중을 조금 줄이면 더 좋겠다"면서 "건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시거나 직접 오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이 원장은 학창시절 일본의 의료협동조합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걸 계기로 이 협동조합에서 일하게 됐다. 일본 노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여러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의사도 주민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는 게 부러워 '동네 주치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일본 의료협동조합은 고령 조합원이 많은데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매일 한의원에 오는데도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가까운 곳에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오는 18일 치과도 개원한다. 가장 필요한 진료과목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더니 치과를 열자는 의견이 많았다. 보통 치과와는 달리 주민 쉼터와 문화공간도 갖출 예정이다. 또 행복드림센터라는 자살예방 사업에도 참여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400여명을 돌보고 있다. 주변 평가가 좋아 2005년 300명이던 조합원은 지금 107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전체 사업의 40% 이상을 지역주민의 복리, 지역사회의 재생,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경제 활동에 할애하도록 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영리보다 주민 참여를 목적으로 주민이 환자이면서 주인일 수 있는 참여형 의료협동조합을 고민하다 한의원을 시작했고 이제 치과 등 다른 분야로도 넓혀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갈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협동조합 형태의 의료기관은 2006년 44개에서 올해 405개로 급증했다. 2010년 보건·의료사업도 할 수 있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의료생협과 달리 복지부 인가 절차가 까다롭고 경영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취지에 맞도록 철저히 관리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르포] ‘주민 건강지킴이’ 노원구 의료협동조합 가보니… 무뚝뚝한 의사 선생님? 친절한 주치의 선생님!
입력 2014-08-09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