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민 건강지킴이’ 노원구 의료협동조합 가보니… 무뚝뚝한 의사 선생님? 친절한 주치의 선생님!

입력 2014-08-09 04:23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한의사 이상재씨가 8일 서울 노원구 함께걸음한의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진서 아빠, 아이가 머리 아프다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함께걸음한의원 이상재(33) 원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며칠 전 감기로 다녀간 아이 상태가 다시 나빠지자 부모가 보낸 것이다. 아이가 열은 없는지, 의식은 괜찮은지 등을 확인하더니 이 원장은 "응급 증상은 아니고 머리와 목 부위 근육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을 지압해주라"고 답장을 보냈다.

주민들에게 이 원장은 의사선생님이 아니라 '진서 아빠'로 통한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로도 언제든 상담을 받아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진료와 소통을 한다. 이런 이 원장과 환자들은 2005년 창립된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속해 있다.

함께걸음한의원은 2008년 조합원들이 출자해 설립했다. 가입비 5만원과 매달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조합원과 가족들은 이런 서비스와 함께 진료비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의사가 조합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항생제 등의 과다처방 문제가 없고 의사에게 격의 없이 상담도 할 수 있다. 함께걸음한의원의 하루 평균 환자 30여명 중 60%가 조합원이다.

김양숙(65) 할머니도 이날 딸의 소개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왔다. 이 원장은 각종 검사와 측정을 한 뒤 할머니에게 "다 괜찮은데 체중을 조금 줄이면 더 좋겠다"면서 "건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시거나 직접 오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이 원장은 학창시절 일본의 의료협동조합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걸 계기로 이 협동조합에서 일하게 됐다. 일본 노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여러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의사도 주민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는 게 부러워 '동네 주치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일본 의료협동조합은 고령 조합원이 많은데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매일 한의원에 오는데도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가까운 곳에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오는 18일 치과도 개원한다. 가장 필요한 진료과목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더니 치과를 열자는 의견이 많았다. 보통 치과와는 달리 주민 쉼터와 문화공간도 갖출 예정이다. 또 행복드림센터라는 자살예방 사업에도 참여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400여명을 돌보고 있다. 주변 평가가 좋아 2005년 300명이던 조합원은 지금 107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전체 사업의 40% 이상을 지역주민의 복리, 지역사회의 재생,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경제 활동에 할애하도록 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영리보다 주민 참여를 목적으로 주민이 환자이면서 주인일 수 있는 참여형 의료협동조합을 고민하다 한의원을 시작했고 이제 치과 등 다른 분야로도 넓혀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갈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협동조합 형태의 의료기관은 2006년 44개에서 올해 405개로 급증했다. 2010년 보건·의료사업도 할 수 있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의료생협과 달리 복지부 인가 절차가 까다롭고 경영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취지에 맞도록 철저히 관리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