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이 8일 28사단 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육군 3군사령부 검찰부에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의견서를 제시했다.
국방부는 "검찰단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했다"며 "살인죄를 주(主) 혐의로 하고, 상해치사를 예비적 범죄사실로 공소장이 변경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3군사령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사건 발생 이튿날 숨진 윤 일병에게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파악했음에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보고 부실·은폐 의혹 확산=윤 일병 사망 다음날인 4월 8일 가래침을 핥으라는 등의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국방부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15∼16쪽 분량의 최초 28사단 수사보고서가 8일 오후 3시30분쯤 국방부 조사본부로 온라인으로 보고됐다"면서 "보고서에는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가한 가혹행위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4월 15일 28사단 헌병대가 군 검찰에 수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상습적인 폭력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 초기에 수사보고서를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일 경우 보고 부실과 은폐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서면으로 보고되지 않았더라도 그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1쪽짜리 보고서에는 엽기적인 사실은 기록돼 있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추가 보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살인죄가 적용되면=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임을 증명하려는 군 검찰과 상해치사에 해당한다는 변호인 측의 법리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들이 존재한다"고 권고했다. 3군사령부 검찰부는 국방부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살인죄와 상해치사 순으로 우선순위를 둬 사건을 처리하라고 3군사령부 검찰부에 제안했다. 살인죄를 먼저 검토하고 성립되지 않을 경우 상해치사를 적용하라는 얘기다. 무작정 살인죄로만 공소를 제기하면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위험이 있고, 기존처럼 상해치사죄만 유지할 경우 여론의 비난이 더 거세질 수 있어 양쪽을 다 감안해 처리하라는 권고다.
국방부는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젊은 법무관들은 '상해치사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법적인 논리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상관의 주장이 더 우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에 떠밀리는 형국으로 급하게 살인죄를 적용해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군 검찰이 상해치사로 기소했다가 국민적 공분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하더라도 핵심 쟁점인 '살해 의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국방부 감찰단 “윤 일병 사건 살인죄 적용 타당”…국방부는 알고도 은폐 의혹
입력 2014-08-09 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