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박영선號 뜨자마자 출렁… 지지율까지 ‘도로 민주당’

입력 2014-08-09 04:06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체제'가 출항 4일 만에 세월호 특별법 '암초'에 부딪혔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에 전격 합의한 것을 놓고 강력 반발하는 기류가 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백기투항'이라며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 제 세력으로부터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7·30재보선 참패 이후 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새로 출범한 비상 지도부마저 삐걱대면서 '리더십 공백기'인 새정치연합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박 위원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유가족 분들의 그 아픈 마음을 다 담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야당 입장에서는 특별법 가운데 진상조사위 구성 비율이 5(여당)대 5(야당)대 4(대법원장 및 대한변협회장 각 2명)대 3(유가족)으로 돼 유가족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세 분을 포함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여야 합의의 불가피성을 적극 설파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안산 지역구 의원들은 여야 합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환 부좌현 전해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즉각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세월호 입법 TF(태스크포스)' 간사인 전 의원은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나가서 실무협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사퇴 의사까지 시사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이자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들 동의"라며 "그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0여명은 오후 국회 모처에서 모여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을 지지해온 초선·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 진보그룹에서도 재협상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위원장의 현실적 고민과 실리적 판단은 존중하지만 유가족이나 당내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트위터에 "특별법 전격 합의 동의 못한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도 "유가족과 국민을 믿고 끝까지 배짱 있게 밀어붙여야 했다. 판단미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김 전 공동대표가 퇴진한 마당에 박 위원장의 리더십까지 당 내부로부터 흔들릴 경우 야권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출범하자마자 상처를 입으면 우리 당은 또다시 분란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의원들 의견을 들어보고 총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새정치연합이 여당에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지만 새누리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올해 초 수준인 21%까지 떨어져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이는 지난 3월 옛 민주당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신당이 합당한 이후 최저치이자 합당 이전의 민주당 평균 지지율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