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기 4연패’ 쾌거에도… 크게 웃지 못한 단원고 탁구부

입력 2014-08-09 03:28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안고 있는 단원고가 8일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학생종별탁구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우승한 단원고 3학년 박세리 선수가 숙연한 표정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장관기 탁구대회에서 4연패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떠나간 친구들 생각에 크게 웃지 못했다.

단원고는 8일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학생종별탁구대회 대회 마지막 날 여자 고등부 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4-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부터 여고부 단체전에서 4년 연속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2·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단원고 선수들은 친구와 후배들을 잃은 슬픔에 우승을 차지하고도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결승전 경기 초반부터 단원고 선수들은 가끔 기합을 외쳤을 뿐 오직 경기에만 집중했다. 복식 경기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2층 관중석에 앉은 학교 관계자들은 물론 경기에 직접 뛰지 않고 관전하는 선수들도 소리 내어 응원을 하지 않았고 이따금 박수만 쳤다. 상대편인 대송고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오윤정 단원고 탁구부 코치는 “진도 앞바다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승리로 경기를 마치자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어 시상식에서 김충용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축하합니다. 제가 축하합니다라고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하죠?”라고 묻자 선수들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개인전에서도 이 학교 3학년 박세리(17)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 부회장은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단원고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단원고 여자 탁구부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17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영천=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