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폭기가 북부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 진지에 폭격을 가했다.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한 지 2년8개월 만에 미군의 군사 행동이 개시된 것으로, 사실상 제3차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1991년 1월 1차(걸프전쟁), 2003년 3월 2차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미국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8일 오전(미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IS가 쿠르드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에 포격을 가한 직후 페르시아만에 있는 항공모함 USS 조지 HW 부시호에서 발진한 FA-18 전폭기 2대가 IS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일 오후 IS에 대한 공습을 승인한 지 9시간여 만이다.
이로써 IS의 대대적 공격으로 야기된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공습은 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과 기독교 마을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IS의 공격으로 북부 쿠르드자치구 내에서만 2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유엔은 이라크 민간인 피신처를 긴급 설치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공습을 즉각 지지했고 이라크 군 사령관도 "미군 공습으로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IS가 북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승인했다. 그는 "우리는 집단 학살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다"며 "민간인 구출과 보호에 나선 이라크군의 전투를 돕기 위해 (반군을) 선별 공습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 요청에 따라 북부 산악지대에서 IS에 포위돼 고립된 소수종파 민족 야지디족 주민들에게 미군이 구호물자를 긴급 투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 미군을 재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제한적 공습도 미국인들이 우려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또 다른 전쟁에 말려들게 하지는 않겠다. 전투병이 이라크에서 싸우려고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니파 배후세력이 중동 전역에 포진해있는 데다 시리아, 터키 등 인접국까지 얽혀들 경우 이 지역 종파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이라크 반군 공습 개시… ‘제3차 이라크 전쟁’
입력 2014-08-09 0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