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오전(이하 미 현지시간)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의 진지를 공습하면서 2개월간 IS의 공세로 확산된 이라크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공습은 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댐과 기독교 마을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가는 상황에서 전격 단행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트위터로 IS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반군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아르빌은 미군 훈련관들이 있는 곳이다. 국방부는 FA-18 전폭기 2대가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225㎏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은 7일 오후 8시30분 백악관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IS가 쿠르드자치정부 수도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공습안을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IS)이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에서든지 미국 국민과 시설물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이라크 주민 수천 명이 말살될 위험에 놓이고 미국인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공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전면적 공습보다는 이라크 상황을 주시하며 구체적 목표를 타격하는 선별적 공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군은 목표물을 정확히 골라내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습은 2011년 말 미군 철수 이후 처음이다. 이라크전은 2003년 3월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개시된 이후 9년간 지속되다가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인 2011년 12월 공식 종결됐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미군 완전 철수를 외교안보 주요업적으로 자랑해 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IS가 이라크 북부 최대 도시 모술을 장악하는 등 파죽지세로 세를 불렸음에도 군사개입은 피하려 애를 써왔다. 이라크 정부가 올해 초부터 공습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 역시 매번 거절했다.
하지만 IS가 야지디족과 기독교도들에 대해 '개종 아니면 죽음'을 선택하게 하는 등 대량 학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백악관 분위기도 급변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이라크 정부와 달리 친(親)미국 입장을 견지해 온 쿠르드자치정부까지 붕괴될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공습만으로 막강한 IS의 전력을 파괴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미 전투병 투입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쿠르드자치정부군에 대한 장비와 물자 지원을 포함해 한층 강도 높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전폭기 2대 발진…아르빌 반군 진지 맹폭격
입력 2014-08-09 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