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에볼라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4-08-09 04:54
세계보건기구(WHO)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미국은 라이베리아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령을 내리는 한편 에볼라 출혈열 치료제에 대한 임상 규제를 완화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은 매우 광범위해 다른 국가에 전파될 위험이 크다고 결론내렸다"며 "긴급위원회가 만장일치로 PHEIC를 선언하도록 권고해 이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상황은 이 병이 발생한 지난 40년 동안 가장 최악"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WHO는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와 지난 5월 파키스탄 카메룬 시리아 등을 중심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WHO는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국가원수의 비상사태 선포,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센터 설립, 에볼라 감염이 심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3국 접경지역에 대한 최우선적 의료 및 물자 지원을 권고했다. WHO는 또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거나 감염된 경우 전파를 막기 위해 외국 여행을 금지시키고 공항이나 항구, 국경 검문소 등에서 철저한 방역 검사를 하도록 요청했다.

서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 WHO는 전면적인 해외여행 또는 교역 금지는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에볼라에 감염된 자국 의료인이 본국으로 호송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의료시설을 갖춰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WHO는 아직 실험 단계인 치료제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다음주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는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미국인 의사와 간호사에게 실험 단계의 치료제인 지맵(ZMapp)을 투여해 효과를 봤다는 보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제약사인 테크미라는 7일 자신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 'TKM-에볼라'의 임상실험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부분적으로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에볼라 확산이 계속되면서 미국은 라이베리아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 가족에 대해 귀국을 명령하고 자국민에게도 라이베리아 여행 자제를 재차 경고했다.

한편 영국과 중국은 에볼라 퇴치를 위해 서아프리카에 각각 300만 파운드(52억원)와 3000만 위안(50억원)어치의 의약품을 지원키로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