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언젠가 이라크에 다시 돌아올 것이란 예상은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할 즈음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이 남겨놓은 허약한 이라크 정부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예상대로 미국은 8일(현지시각) 이라크 내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공습을 시작했고, 2003년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이라크 내 싸움에 다시 끼어들게 됐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악의 축'들에 대한 대대적인 축출 작전에 나섰다. 2003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채 3개월도 안 돼 이라크를 함락시켰고 후세인도 축출했지만 문제는 누가 이라크를 통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2006년 12월 시아파 중심의 누리 알말리키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라크 인구의 다수인 수니파는 선거 자체를 보이콧했다. 이후 종파 간 분쟁으로 이라크 정세는 계속 불안정했다.
하지만 2009년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라크 철군이 본격화됐다. 2011년 12월에는 "자체 통치가 가능해질 정도로 이라크가 안정됐다"면서 모든 미군이 이라크 땅을 떠났다. 그 사이 알말리키 총리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군 철수 뒤인 2012년부터 수니파의 반정부 테러는 더욱 극렬해졌다.
이런 혼란을 틈타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올해 1월 이라크 북동부 안바르주를 전격 점령했다. 이어 6월에는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장악했다. 현재 이라크 중부와 북부 일부 지역, 서부의 알와리드와 투라이빌 등 이라크 땅의 3분의 1 정도가 IS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독립된 국가라면서 IS 창설을 선언하기도 했다.
IS가 지금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내전을 시작할 때부터 시아파 본거지인 '바그다드 함락'을 목표로 내걸었었다. IS는 현재 바그다드 북쪽 100㎞ 떨어진 곳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대치 중이다. 쿠르드자치정부 지역과 함께 바그다드까지 함락될 경우 이라크 전체가 극단주의 이슬람 국가가 되는 것이어서 미국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재개입으로 이라크 내전이 '전쟁' 수준으로 다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무슬림 사이에서 반감이 큰 미군이 내전에 다시 개입함에 따라 IS로선 이슬람 극단주의운동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지난달 초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IS 점령지로 이주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도우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점령지에서 민간인 살상을 서슴지 않은 IS가 이번 미군 공습에 반발해 이전보다 더 잔인하게 '제노사이드(인종청소)'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바그다드 함락”목표… 반군 파죽지세 세확장
입력 2014-08-09 05:56 수정 2014-08-09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