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정상화 탄력받나했더니… 靑, 악재 연타에 당혹

입력 2014-08-09 03:35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기 내각 출범과 7·30재보선 압승을 발판으로 하반기 국정운영 주도권을 잡으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잇따른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청와대가 정국을 주도하기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 정상화에 ‘올인’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악재가 돌출한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먼저 갈수록 증폭되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이 사건은 재보선 직후 정국의 핵으로 떠올라 계속 이슈화되는 실정이다. 특히 엽기적 수준의 가혹행위가 잇따라 공개되는 등 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에선 경제 활성화, 국가 대혁신 등에 집중하려던 계획이 전혀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던진 어젠다를 당정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주변 환경이 좀처럼 도와주지 않는다는 한탄도 터져 나온다. 선거 승리에 따른 메리트는 이미 실종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8일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압승했는데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지 못하고 윤 일병 사건에 다 묻혀버린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인사 잡음이 다시 불거진 것도 곤혹스럽기 이를 데 없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신임 감사에 임명된 쟈니 윤(한국명 윤승종·78)씨를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씨는 201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경선캠프 재외국민본부장, 대선캠프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청와대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과 윤씨의 관광공사 감사 임명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 때마다 불통 논란을 겪었는데도 박 대통령의 인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계속되는 악재들을 최대한 빨리 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복귀 직후 국무회의에서 군·경 최고 수뇌부를 사실상 전격 경질한 것은 이들 사안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난 7일 일부 인터넷 언론에 나돈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임설이나 윤 일병 사건 책임론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확산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거나 서둘러 선을 그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과 윤두현 홍보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이 사안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먼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특정 사안을 설명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관련해 근거 없는 설(說)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 “엄정하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여권 관계자는 “하루빨리 경제 살리기와 국가 대혁신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여건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