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야권을 직접 겨냥했다. 재보선 승리에 따라 자신감이 붙은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 시도다. 그러나 국회 통과를 종용한 법안들이 대부분 기업 또는 고소득층 친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가계소득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최경환 경제팀이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일들의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속히 처리돼야 하는 법안이 투자, 주택, 민생 분야 등에서만 최소 30여건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확실한 내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도록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며 “장관들이 아랫사람들에게 맡기지 말고 절박한 심정과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직접 발로 뛰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차관급으로 점검반을 만들어 법안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날 정부가 꼽은 30개 중점 법안 가운데 투자 활성화 관련 법안이 18개이고 주택 정상화 및 도심 재생사업 관련 법안이 6개, 민생안정 관련 법안이 3개, 금융 및 개인정보 보호 법안이 3개다. 지난 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경제 활성화, 민생 안정 19개 법안에 11개 법안을 추가한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부가 지난해 7월 20일 발의했다. 의료, 교육 서비스산업의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야당은 ‘의료 영리화’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활동 허용, 원격진료 허용, 공항 등 외국 관광객이 이용하는 장소에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등 3가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도 중점 법안으로 꼽았다.
학교 주변에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경복궁과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주변에 7성급 한옥호텔을 추진하는 대한항공을 위한 ‘재벌 특혜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크루즈 유치와 전문인력 양성, 세제 지원 내용을 담은 크루즈산업육성법과 마리나 항만시설에 주거시설 투자도 가능토록 하는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세월호 사고 이후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주택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고 있는 주택법이나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폐지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법, 재건축 시 소유 주택 수만큼 신규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이다. 야당은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 우려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최경환 “국회가 발목 잡아”… 경제활성화법 밀어붙이기
입력 2014-08-09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