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폭행사망 파장] 풍뎅이 등 곤충 입에 집어넣기… 꼬리무는 軍 가혹행위

입력 2014-08-09 03:09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전군(全軍)에 엄격한 경계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군내 구타·가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폭행 내용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정도로 상습적이고 야만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은 지난 4일 강원도 철원 모 사단 수색중대 및 최전방 경계소초(GP)에서 한모(20) 상병이 같은 부대 유탄수 이모(20) 일병 등 후임병 3명에게 입에 풍뎅이 등 곤충을 집어넣고, 430V의 전기가 흐르는 해충퇴치기에 손을 넣게 하는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8일 밝혔다. 한 상병은 후임병들에게 혀로 땅바닥을 핥게 하기도 했으며 서로 입 맞추고 손으로 귓불을 만지라고 시켰다. 또 팔로 후임병 머리를 감싸 조이는 ‘헤드락’을 하는 등 23차례 상습 추행과 폭행을 일삼았다. 한 상병의 가혹행위는 지난 5월부터 적발되기 전까지 3개월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병사들은 “장기간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너무나 힘들었다”며 한 상병을 엄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 모 사단 생활관에서 후임병이 ‘건들거린다’는 이유로 얼굴을 때려 치아가 부러지게 한 엄모(21) 상병은 7일 구속됐다. 엄 상병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박모(21) 일병 등 후임병 4명의 머리와 몸을 주먹으로 80여 차례 폭행했다. 또 “○○를 빨아 달라”고 성희롱을 하거나 병사들의 목과 귀를 깨물고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도 수시로 자행했다. “니 엄마 X지”라며 모욕을 하거나 편의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모 사단에서는 지난해 7월과 12월 동료 병사들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들어온 병사 2명이 총기로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22) 일병은 ‘혼나는 게 너무 많아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권문제 전문가들은 “군내 폭행·가혹행위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 뿌리 깊게 만연돼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