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낼 절호의 기회입니다. 안방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20년 한을 풀겠습니다.”
지난 7일 찾아간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 연습장에선 위성우(춘천 우리은행)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수비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센터 양지희(우리은행)가 3점슛 라인에서 돌아 나오는 상대 선수를 막지 못하자 위 감독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어 양지희와 김정은(부천 하나외환)이 상대 선수를 3점슛 라인에서 완벽히 틀어막자 위 감독과 전주원(우리은행) 코치의 입에선 “잘했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선수들은 쉴 틈이 없었다. 5대 5 플레이, 투맨 게임, 슛 연습 등 오후 4시까지 진행된 훈련에선 단 한 번도 휴식시간이 없었다. 훈련이 끝날 때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상의는 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그 사이 전 코치는 훈련에서 미진한 부분이나 각 선수들의 상황을 노트에 꼼꼼히 체크했다.
위 감독이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위 감독은 “소속 팀은 이미 잊은 지 오래됐다”며 “한때 아시아 최고였다는 자부심을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과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한 후 지금까지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에 소집된 여자농구 대표팀에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정선민, 김계령, 박정은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 모두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전력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 주전 가드로 활동 중인 최윤아(인천 신한은행)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위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여자 프로농구 최우수선수 박혜진(우리은행) 등이 가세했고, 최윤아의 자리는 이경은(구리 KDB생명)이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광저우아시안게임 때처럼 대표팀이 각 구단의 선수 차출 거부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이번에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위 감독은 “최윤아를 대체할 이경은을 구단에서 곧바로 보내줬다”면서 “국내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구단들도 상당히 대표팀에 협조적”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또 있다. 위 감독이 이번 아시안게임의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절대높이’ 하은주(신한은행)의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농구에서 신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202㎝의 하은주가 가운데에 버텨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일본·중국전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주장 변연하(청주 국민은행)도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연하는 “젊은 선수들이 가세해 팀의 스피드가 빨라졌고, 고참들도 솔선수범하는 등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침체된 여자농구의 인기를 되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르포] 여자농구 대표팀 진천선수촌 훈련… “옛 명성 되찾자” 인천 금메달로 20년 恨 푼다
입력 2014-08-09 03:53 수정 2014-08-09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