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남겨놓은 문화유산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면서 잘사는 유럽 국가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나라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니 관광산업만큼 남는 장사도 없다. 박근혜정부는 문화융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관광산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17만5500명으로 전 세계 22위다.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한국의 매력 중 하나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야외에 노출된 우리 문화재 중 23%가량인 1683건이 구조적 결함이나 훼손 등으로 보수정비,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전국 시·도와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문화재 7393건과 사찰·문중·서원 등 47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다. 대책이 필요한 문화재 중 국보·보물·사적 등 국가지정 문화재는 331건이었으며 시·도 지정 문화재는 1254건에 달했다.
국보 18호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기둥이 파손되고 추녀가 처졌으며 벽체가 떨어져나갔다. 석굴암은 천장에서 균열이 관찰됐으며 첨성대는 부재 일부가 균열되고 서로 느슨하게 풀리는가 하면 표면이 오염 등으로 변색됐다고 한다. 창덕궁 돈화문은 기둥과 추녀마루가 벌어진 데다 추녀마루 아랫부분은 갈라졌다. 문화재 관리가 이렇게 허술했다니 충격적이다.
숭례문과 광화문 복원 공사에 사용될 목재를 빼돌리고 검증되지 않은 값싼 재료를 사용한 사실이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게 몇 달 전이다. 문화재마저 돈벌이에 이용하고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으니 조상들과 후세들 앞에 면목이 없다. 문화재는 우리가 가꾸고 보전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문화융성을 한다면서 문화재를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설] 문화재 방치하면서 문화융성 논할 수 있나
입력 2014-08-0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