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내부 고발자 보호 장치 마련 시급하다

입력 2014-08-09 03:50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을 계기로 엽기적인 군대 내 가혹행위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변기 핥기, 입에 벌레 집어넣기, 얼굴에 방귀 뀌기, 트림을 한 뒤 냄새 맡도록 하기, 바지 벗기고 엉덩이에 에어파스 뿌리기 등 음성적으로 자행돼 온 인권침해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이처럼 뒤늦은 폭로가 줄을 잇는 것은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감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영 폭력을 근절할 특단의 대책을 안보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야만적인 괴롭히기가 계속될 경우 전쟁이 터지면 아군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일과성이거나 지엽적인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8일 하루 종일 육·해·공군 전군이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참가하는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한 것도 그러한 예다. 한민구 국방장관 특별 지시로 이뤄진 이날 교육을 위해 다른 일과는 모두 중단됐다. 교육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렇게 이벤트처럼 치를 건 아니다. 이보다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재를 마련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다. 군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오래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현행 ‘소원수리’ 제도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사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윤 일병 사건의 경우 같은 부대의 한 병사가 포대장에게 진실을 전하기도 했으나 이는 개인적인 결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용기 있는 행동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상담자나 고발자가 철저히 보호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부분이다. 국방 옴부즈맨 제도 도입도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 이들이 군부대를 자유롭게 방문하면서 인권을 감시토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