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주요 사옥마다 책을 읽는 공간을 꾸렸다.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분당 사옥, 서울 서초구 KT올레캠퍼스와 우면동 사옥 등에 각각 1만2000권가량의 도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있다. 영화나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의 DVD 자료도 도서관마다 1000장가량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KT올레캠퍼스를 찾았다. 건물 2층에 있는 165㎡(약 50평) 규모의 도서관에는 소설, 교양도서, 경제 분야 월간지 등 다양한 서적이 정리돼 있었다. 일반 도서관과 달리 책꽂이 높이가 어른 키보다 작은 150㎝ 정도여서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냈다. 도서관 한쪽에는 직원들이 서가에서 책을 가져와 볼 수 있는 테이블도 여러 개 마련돼 있어 북카페 같은 느낌을 줬다.
도서관에서 만난 김나영 KT 총무자산팀 대리는 “이 도서관은 15년 전 KTF 시절부터 운영되다가 2010년 신사옥인 KT올레캠퍼스로 이전해 왔고, 분당과 우면동 사옥 도서관은 20여년 전부터 운영돼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3곳의 도서관에서는 각각 월평균 600∼700권가량의 도서 대출이 이뤄지고, 하루 100여명의 직원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직원들은 KT올레캠퍼스 도서관 곳곳에서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요금절약팀 전형준(33) 과장은 1주일에 2∼3번은 이곳을 찾는다. 월간 독서량 목표는 3권이다. 그는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라서 책을 빌려가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와서 책을 볼 수 있다”면서 “IT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서 업무에 활용할 때가 많고, 인문학 서적 등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업무를 떠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기기를 많이 쓰게 되면서 사람들이 종이로 된 책을 예전보다 덜 찾게 된 것 같긴 하다”면서도 “두꺼운 책을 볼 때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짧은 글이나 단편적인 정보 등은 스마트 기기로 보는 식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는 도서관은 임직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1인당 한 번에 10권의 책을 2주간 빌릴 수 있다. 신간 목록이 공개되는 날은 도서관이 특히 붐빈다. 임직원들이 구입을 신청하는 도서는 매달 단행본 100권, 정기간행물 50종 정도다. 김 대리는 “주로 마케팅 전략, 경제·경영, IT 기술 관련 서적에 대한 구매 요청이 많다”면서 “지금 같은 여름휴가 기간에는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등 교양서적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새로 나온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 도서관을 찾았을 때 누군가 이미 빌려가 버린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KT가 운영하는 다른 사옥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대출 신청을 하고 사내우편을 이용해 자신의 근무처에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단말마케팅팀 나강원(29) 사원은 “보유 도서도 많고 사옥별로 도서관이나 북카페 시설이 잘돼 있어 외부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면서 “신간, 베스트셀러 위주로 많이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DVD를 집에 빌려갈 수도 있어 영화를 좋아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내에서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문화이다 보니 팀 내에서는 책을 활용한 소통이 오간다. 요금절약팀 정혜선(28) 사원은 “책을 읽다가 좋은 문구를 발견하면 팀원들끼리 공유할 때가 많다”면서 “팀 과제를 풀 때도 도움이 되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팀장님이 메일로 보내주고, 다른 팀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좋은 내용을 거기에 덧붙이는 식으로 공유해 성과를 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경제 분야 월간지를 읽고 토론하는 직장인들의 모임에도 나가고 있다.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인 황창규 회장이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하계휴양도서 14권을 선정해 회장님께 보고하러 갔더니 ‘이런 책들을 우리 임원들은 다 읽어야 한다. 14권을 전부 임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더라”면서 “내부적으로 미래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 ICT 관련 서적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사내방송에도 하계휴양 추천도서 목록을 띄우고 직원들이 읽어보도록 관심을 유도한다.
회사가 책을 통한 나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KT 구성원들의 자랑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정주미(28) 사원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책을 만들어 기부하는 사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책 한 권을 통째로 타이핑해서 점자책으로 만들어 기부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책을 옮기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흡수하게 되고 이를 시각장애인들과 나눌 수 있어 두 배의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KT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직원들이 책을 읽어 녹음하는 목소리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KT] 사옥마다 도서관… 원하는 책 다른 사옥서 우편 대출
입력 2014-08-11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