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고통 중에 침묵하는 믿음

입력 2014-08-09 03:59

사람의 됨됨이는 그의 언행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말하다 허점이 드러나거나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에 실수가 없으면 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말실수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시편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째는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시편 기자는 특별히 허물을 짚어내려는 원수 앞에서 무엇보다 입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인간관계가 어그러질 뿐 아니라 하나님 영광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선한 말조차 조심하기로 굳게 다짐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믿지 않는 이들 앞에서 더욱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들이 돌아서서 ‘말만 많은 예수쟁이’란 평가를 하게 되면 기독교를 비난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됩니다.

둘째는 인생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시편 기자가 원수 앞에서 언행을 조심할 수 있던 비결은 인생의 본질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악인은 시편 기자에게 자신은 의인인 체하며 욕을 퍼붓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다윗이 아들 압살롬에게 쫓길 때 시므이가 저주한 일입니다. 그는 다윗을 뒤따라가면서 욕설을 한 뒤 돌을 던지고 먼지를 날렸습니다. 그래도 다윗은 시므이를 탓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범죄한 자신을 징계하는 거라 믿고 묵묵히 참습니다. 그러던 중 시편 기자는 인생의 본질을 직시합니다. 인간은 죄인일 뿐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 유한한 허무한 존재라는 것입니다(4∼5절). 더불어 시편 기자는 악행으로 쌓은 부귀와 권세는 결국 추풍낙엽처럼 흩어지며 이를 엉뚱한 사람이 누린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6절). 이를 알게 된 그는 세상에서 유일한 소망은 부귀나 권세가 아닌 오직 하나님임을 고백합니다(7절).”

셋째는 예수님의 본을 따르는 것입니다. 누구나 언행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누군가 감정을 자극하면 분을 참지 못하고 폭언하곤 합니다. 감정을 누구보다 잘 다스린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는 제자들이 자신을 팔고 배신할 것을 알았음에도 침묵했습니다. 또 종교 지도자들이 거짓 증인을 세워 죽이려 할 때도 잠잠했습니다. 그래야만 죄와 고통과 사망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릭 워런 목사는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침묵하지 못하기에 오는 것”이라 했습니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설교를 수없이 듣는데도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면 침묵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기도 전후에 고요히 주의 음성에 귀를 여는 법을 훈련해 보길 바랍니다. 세미하게 마음에 울려 퍼지는 성령의 깨우침을 듣게 될 것입니다.

흔히 믿지 않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을 비난할 때 말은 잘하지만 행동이 없다는 의미로 ‘말쟁이’란 표현을 씁니다. 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를 하나님께서 부른 건 고난을 받으신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함입니다. 그는 죄가 없었지만 법정부터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침묵하며 하나님 뜻에 순종했습니다.

그리스도인도 단지 예수를 믿거나 양심적으로 살려고 한다는 이유로 때로 모함을 받거나 고난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때 예수 그리스도와 다윗을 본받아 기도합시다. 고통 중에 침묵하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을 본받아야 할 또 하나의 자세입니다.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