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용어사전에는 ‘늑대 어린이’란 말이 있다. 이는 1920년 10월 17일 인도 동부 캘커타 고다무리 마을의 늑대굴 근처에서 발견된 ‘아말라’와 ‘카말라’라는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조셉 싱 목사 부부가 발견했을 때 아말라는 2세, 카말라는 8세로 네 발로 기어 다녔고 말은 못했으며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고 날고기를 뜯어먹는 등 늑대처럼 행동했다.
싱 목사는 두 아이를 인간 생활에 적응하도록 교육시켰으나 아말라는 구출된 지 1년 만에 죽어버렸다. 카말라의 경우 9년 후에 죽었지만 교육엔 한계가 있었다. 6년이 되도록 늑대와 비슷하게 행동했으며, 6년 후에야 겨우 직립 보행을 하고 5세 수준의 언어를 구사했다. 부모에게서 버림 받고 그저 산 속에서 살던 소녀들을 늑대에게서 양육 받은 아이들로 조작했다는 주장이 후에 제기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일화는 교육심리학에서 인간의 성장에 대한 환경 조건과 교육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고 있다.
신기하게도 어린 아이들은 큰 개와 고양이는 무서워하지만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들은 귀여워하게 마련이다. 만약 아말라와 카말라에 대한 일화가 사실이라면 그 늑대는 이들이 아기인 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었던 걸까. 그저 크기가 작은, 또 다른 먹잇감 취급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같은 의문에 단서를 제공해주는 용어가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이다. ‘유아 도해(幼兒圖解)’라고 해석되는 이 용어는 사람과 동물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아기의 귀여운 특성을 뜻한다. 즉 돌출부가 작은 둥그스름한 머리, 작은 코, 정면을 향하는 큰 눈 등이 그 같은 특징에 해당한다. 베이비 스키마는 일정 기간 어미의 보호 없이는 살 수 없는 포유류에서 어미나 개체군의 다른 성체로부터 양육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베이비 스키마가 뚜렷할수록 보호 및 부양 행동은 촉진되는 반면 공격성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최근 영국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 살 정도의 어린이들도 아기와 강아지, 새끼 고양이의 얼굴에서 베이비 스키마를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실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아기나 새끼 고양이보다 강아지에게서 더 귀여움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의해 개량된 개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베이비 스키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거의 모두 베이비 스키마의 특징을 적용하고 있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베이비 스키마
입력 2014-08-09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