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발생한 윤모(20) 일병 구타사망 사건에 대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실장이 사건 이후에도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7일 드러났다.
부대관리훈령이란 국방부를 비롯한 각 군의 일반적인 행정사항과 사건·사고 발생 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해놓은 것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사회에서 물의를 빚은 사건’에 대해선 국방부 차원에서 사고종합대책본부를 꾸려 사후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대책본부는 철저한 사고 조사와 언론보도, 장례 절차 수행 등 전반적인 사고처리 업무를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 실장은 윤 일병이 사망한 뒤인 4월 8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중요사건보고’를 전달받았다. 중요사건보고는 사망사건 등 군에 중대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하는 보고다. 보고서에는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고 가해자들이 가한 가혹행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 실장은 상습적인 폭행이 자행된 악성 사건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국방부 차원의 사고대책본부를 꾸리지 않았다.
김 실장은 당시 한 조찬 간담회에서도 사건 내용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사건의 전모나 추가적인 수사 내용, 처벌 및 대책 마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점검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대책본부가 구성돼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사안이었음에도 당시 대책본부 설치는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집단구타에 의한 사망 사건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군은 대신 28사단 차원의 사고대책반만을 운영했다. 육군 관계자는 “사단 차원의 사고대책반이 4월 6일부터 11일까지 운영됐다”며 “장례식 직후인 4월 11일 해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고대책반의 해산 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사실이라면 육군 사고대책반이 조직을 해산하면서 사건 처리 내용이 담겨 있는 ‘결과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군 일각에서는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6월 9일 일반명령까지 하달할 만큼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장관에게 보고를 안 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이 취임 후 전군에 내려보낸 “사고의 유무와 건수로 지휘관과 부대를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의 서신이 말단 부대의 기강 해이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가 아직은 문책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김 실장이 고의로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윤일병 폭행사망 파문] 김관진 前장관, 국방부 훈령 제대로 안지켜
입력 2014-08-0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