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입법 활동 vs 입법 로비 경계는… “금품수수땐 모두 불법” “과도한 제재땐 입법 위축”

입력 2014-08-08 03:29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의원의 정당한 입법 활동 범위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품을 받고 입법 활동에 나섰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정 계층이 입법 수혜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마구잡이식 입법로비 의혹을 제기할 경우 정상적인 입법 활동마저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로비 의혹에 편승한 ‘아니면 말고’ 식 루머로 다른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입법 활동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입법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 입법 자체는 정당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직업훈련 시설의 명칭으로 ‘직업훈련원’과 ‘직업전문학교’ 외에 ‘실용전문학교’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직업’ 대신 ‘실용’이라는 단어를 넣어 명칭에 의한 차별을 막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저도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런데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학생이 아닌 기능공으로 천대받으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실정”이라며 “(법안의 취지는) 직업학교라는 이름으로 인해 열등의식과 모멸감을 느껴왔던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으로 900여개에 달하는 관련 기관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간 만큼 무턱대고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건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을 발의하면 곧바로 대기업과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법은 대가성 금품수수 여부를 불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금품과 함께 은밀한 청탁을 받고 특정 단체를 위한 법안 제정에 나섰다면 법 취지가 정당하든 부당하든 불법”이라며 “사실상 국회의원이 암묵적인 거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원도 과거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쪼개기’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던 ‘청목회’ 간부들에 대해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반면 과도한 입법로비 의혹이 제기될 경우 오히려 국민의 입법청원권마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입법으로 인한 수혜자가 존재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입법의 결과물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집단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가고, 그로 인해 사회적 차별이 확대될 경우 그 자체가 부당한 입법이라는 뜻이다.

로비가 제도화되지 않다 보니 오히려 금품이 오가는 불법 입법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는 “국회의원이 민원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민원이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돼 입법 활동을 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안 된다”며 “등록된 로비스트가 자신이 어떤 단체에서 후원을 받고, 어떤 법을 만들거나 고치려고 하는지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