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아무런 역할 못한 진도 VTS…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서 유조선·어선 충돌 사고

입력 2014-08-08 03:00
7일 새벽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에서 유조선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관제 업무 소홀로 국민적 공분을 산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이번 사고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안전을 외쳐왔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0시32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 남서쪽 15.3㎞ 지점,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남서방 쪽으로 20여㎞ 떨어진 지점에서 제주 선적 4000t급 유조선이 여수 선적 120t급 저인망 어선(쌍끌이 주선)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11명(한국인 7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1명, 중국인 1명)은 인근에서 수색작업 중이던 같은 선단(여수 선적)의 어선(쌍끌이 종선)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당시 사고 어선은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었으며 짙은 안개로 인해 유조선이 멈춰 있는 어선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어선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가 꺼져 있어 유조선의 해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충돌 사고가 나는 과정에서 진도 VTS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선박을 표시하는 까만 점들을 지켜보는 관제사가 AIS가 꺼진 어선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 진도 VTS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맹골수도는 평소 항해하는 선박이 많고 좁은 수로와 빠른 조류로 해양 사고의 위험성이 큰 곳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관제 업무에 더욱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사고 인근 해역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 VTS의 안전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곳 해상은 평소 많은 선박이 항해하는 데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경비함정과 민간어선 등 160여척이 동원되면서 충돌 위험성이 많은 상황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사고 어선의 선장과 선원들을 상대로 AIS를 꺼놓은 점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모든 선박은 출항 시 AIS를 켜놓는 것이 항해의 의무 사항”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위반 여부가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목포=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