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육심원 “미술 한류 일으키고 싶어”… ‘치유’ 타이틀로 11번째 개인전

입력 2014-08-08 04:01
육심원의 '공주' 그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장나라(극중 김미영)가 맡은 배역은 너무 착해서 손해만 보는 여자다. 출신이나 학벌도 별 볼일 없고 미모나 매력도 그저 그렇지만 해맑은 미소 하나로 ‘완벽남’ 장혁(이건)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장혁이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장나라는 고난을 겪다 그림을 배우면서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공한다는 얘기다.

극중 장나라의 롤모델은 동양화가 육심원(41·사진)이다. 육 작가의 작품 이미지와 소품으로 쓰인 캐릭터 상품도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다. 1996년 서울 예술의전당 ‘청년작가 모색전’을 통해 데뷔한 육 작가는 만화기법을 접목한 파스텔 톤의 여성 인물화를 선보였다. 그의 작업 주제는 ‘공주’다. 그림 그리는 자녀를 못마땅해 하는 집안의 눈치를 보면서 힘겹게 작업할 당시 “이 세상 모든 여성은 공주가 될 권리가 있다”며 도발적인 자신감으로 붓질을 했다.

쌍꺼풀 없는 큰 눈, 살짝 치켜든 턱, 발그레 상기된 볼 등 제멋대로의 캐릭터들을 공주처럼 그린 작품이 2000년대 중반 대박이 났다. 2005년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손지갑, 가방 등에 작품 이미지를 넣어 아트상품을 남편 정경일 갤러리AM 관장과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멋진 여자’라는 콘셉트를 살렸다. 이 역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 열풍을 일으키며 없어서 못 팔정도로 히트를 쳤다.

그가 서울 종로구에 신축한 ‘삼청동 빌라 육심원’에서 9월 2일까지 ‘치유’라는 타이틀로 11번째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와 아트숍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주’ 신작과 다양한 아트상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각종 사건·사고로 우울한 분위기 속에 고통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며 잠시라도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아트상품은 지난해 싱가포르 미국 이탈리아의 유명 숍에 들어가고 올해는 중국 선양 롯데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제가 놀랄 정도로 중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며 “장나라씨가 드라마 한류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저도 미술 한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