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감염된 미국인 2명이 치료 받는 병원 수간호사 “사명감으로 봉사한 이들 돌보는 건 옳은 일”

입력 2014-08-08 05:07
수잔 그랜트 간호사

미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전담병원인 조지아주 애틀란타 에모리대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가 환자 본국 송환에 반대하는 여론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했다.

에모리대 병원에는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에서 선교 차원의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2명이 최근 귀국해 격리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감염 환자의 국내 이송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에 뭐 하러 갔느냐"며 선교활동까지 폄하하는 목소리까지 거세게 일어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

두 환자의 치료에 참여 중인 수전 그랜트 간호사는 '나는 에모리의 수간호사다. 이것이 우리가 에볼라 환자를 미국으로 데려오길 원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송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가 에볼라를 미국에 퍼트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면서 "그런 걱정은 에볼라에 관한 지식과 에모리대 병원의 특화된 전염병 관리 능력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들 환자를 돌보는 것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없는 나라에 인도주의 사명을 띠고 건너간 이들 미국인은 우리한테서도 똑같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일을 하라고 훈련받아왔다"며 "매우 위험한 환자를 돌보는 것은 우리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간호사 2명도 에볼라 환자가 입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고 에볼라 환자 전담팀의 일원이 됐다고 전했다.

스페인도 논란 속에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국 출신의 미겔 파하레스(75) 신부를 7일 특별기를 보내 데려와 치료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미 보건 당국은 에볼라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톰 프리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에볼라 경보를 최고 단계인 '레벨1'로 격상했다고 밝혔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미 보건 당국의 이런 조치는 2009년 신종플루 발생 이후 처음이다. 레벨 1은 1∼6단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더 많은 보건인력과 물자를 투입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상실험 단계의 에볼라 치료제 사용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 주 초 의료 윤리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인 환자 2명이 '지맵'이라는 임상실험 단계의 약을 투여받고 상태가 호전된 상태지만 투약의 위험성은 남아 있다. 미 정부는 일본 후지필름이 개발한 또 다른 치료제가 현재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단계에 있다면서 실험이 끝나면 신속하게 승인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이날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가 932명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