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 ‘킬링필드’의 생존자 수십명을 포함해 900명의 시민이 재판정에 참석했다. 닐 놈 재판장은 법정에 출석한 키우 삼판(83) 전 국가주석과 누온 체아(88) 전 공산당 부서기장에게 판결을 내리기 전에 일어설 것을 명령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누온 체아는 심신이 허약하다며 휠체어에 앉아 있기를 청했고 재판부도 허락했다. 한때 크메르루주의 2인자로 이상적인 공산국가 건설을 꿈꾸며 지식인과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학살해 악명을 떨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프랑스 유학파로 덕망 있고 청렴한 인물로 알려졌던 키우 삼판이 왜 크메르루주를 지원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크메르루주정권이 무너진 지 35년 만이다. 이 모습은 TV를 통해 모두 생중계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1975∼79년 강제 이주와 숙청 등을 자행하며 인간존엄성을 공격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집권 기간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25%가 희생됐다. 급진 공산주의를 표방한 크메르루주정권을 이끌던 폴 포트가 98년 사망하면서 두 사람은 생존한 크메르루주의 최고 지도부다. 두 사람은 판결에 불복,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1년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재판은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은 오는 9∼10월 시작돼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종신형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크메르루주 지도부 가운데 이엥 사리 전 외무부 장관과 그의 부인인 이엥 트리트(82) 전 사회부 장관은 각각 사망과 치매를 이유로 배제됐다. 이엥 사리는 지병으로 지난해 초 숨졌으며, 이엥 트리트는 2012년 풀려났다.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혹독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유엔 후원으로 2006년 전범재판소가 출범한 뒤 2억 달러(2075억원)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캄보디아 고위 관리의 재판 개입과 재판관의 잇따른 사퇴,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직원 파업으로 재판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크메르루주 간부 출신인 훈 센 총리가 2010년 1만7000여명을 학살하고 고문한 S-21 수용소 책임자 카잉 구엑 에이브 전 소장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겨우 3명만 단죄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크메르루주 정권시절 남편과 4명의 아이를 잃은 수온 맘(75)은 “비록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내 마음 속의 분노는 아직 남아있으며 먹을 것도 없이 프놈펜을 떠난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이종선 기자 parti98@kmib.co.kr
‘킬링필드’ 단죄… 크메르루주 핵심 2명 종신형
입력 2014-08-08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