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한국 농구의 중흥을 이루겠습니다.”
말복인 7일 충북 진천선수촌엔 남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기 위한 투지가 타올랐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은메달에 그친 한을 풀기 위해 훈련에 여념이 없는 선수들은 코트 위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대표팀 훈련은 ‘만수’ 유재학(울산 모비스) 감독의 지휘 아래 시작됐다. 지난주까지 선수·포지션별 훈련에 집중한 만큼 유 감독은 이제 팀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수를 두 팀으로 나눠 싸우는 5대 5게임이 펼쳐졌다. 선수들이 패스 미스를 하거나 공을 놓칠 때 유 감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선수가 놓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대표팀의 취약점인 빅맨의 수비 연습과 외곽 슈팅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도 이뤄졌다. 국제 대회에서 빅맨은 외곽에서도 붙어서 수비해야 하고, 40분 내내 압박수비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슛 적중률을 높여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이다. 대표팀은 다음 주부터 이란, 중국, 필리핀, 요르단 등 아시안게임 상대 국가 팀들의 농구 영상이 담긴 비디오를 입수해 국가별 맞춤형 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유 감독과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유 감독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며 “모비스 전지훈련은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유 감독과 선수들은 농구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시들해진 농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유 감독은 지난달 29일 열린 뉴질랜드 평가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경기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은 6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유 감독은 “팬들이 그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며 “이제는 우리가 할 차례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센터 김종규(LG 세이커스)는 “한국 농구를 되살리고 이전 인기를 되찾기 위해선 국제 경기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이번 시즌 프로농구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한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날려버리겠다고 전했다. 금메달을 딸 경우 받게 되는 병역 면제에 대해선 “생각은 하지만 우승이 가장 우선”이라며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맏형인 김주성(원주 동부)은 “2002년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릴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구성도 좋고 준비과정도 괜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주성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다”며 “반드시 금메달을 따 팬들에게 보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진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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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08 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