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에 대해 전면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미국과 EU가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내놓은 지 약 1주일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 개인·법인에 경제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제한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7일 내각회의에서 육류와 어류, 우유와 유제품, 과일류 등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수입 금지 대상 국가에는 미국과 EU 외에도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가 포함됐다. 러시아 제재에 나선 일본은 제외됐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여객기들이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를 가기 위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것도 금지키로 했다. 필요에 따라 유사한 조치를 EU와 미국 항공사에도 취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렇게 될 경우 시베리아 항로를 통과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항하는 유럽 항공사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강경한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이어지고 있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미국과 EU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13억 달러(1조3425억원)의 농산물을 러시아로 수출했으며 EU 역시 158억 달러(16조3166억원)어치를 팔았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정치·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무역제재를 사용해 왔다. 수주 전부터 우크라이나산 유제품과 폴란드산 사과, 호주산 쇠고기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네기연구소 모스크바센터의 릴리아 쉐프트소바 연구원은 "지난해 러시아의 물가상승률 6.5%는 견딜 만했지만 9∼10%로 오르면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하고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러시아 경제와 자국 국민에게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추가 대응 조치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프레데릭 빈센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명백하게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이뤄졌다"며 "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잠재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러시아 제재 국가 농산물 수입 금지”
입력 2014-08-08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