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15 경축사 계기로 남북관계 물꼬 텄으면

입력 2014-08-08 03:50
박근혜 대통령은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연초 자신이 제시했던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통일의 청사진, 평화통일 과제, 통일준비 방향 등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시급한 국정 과제가 많은데도 대통령이 통일 준비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겠다. 특히 보수와 진보, 정부와 민간, 여당과 야당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헌정사상 처음이란 점에서 그 의미는 자못 크다.

하지만 통일 논의를 시작한 이 시점,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우리의 목표가 흡수통일이 아닌 이상 통일 논의는 남북한의 교류 및 화해·협력 확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남한 정부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박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반 동안 내놓은 일련의 대북 정책을 싸잡아 흡수통일 기도라고 주장한다. 북은 통일준비위원회가 처음 열린 날에도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런 긴장이 계속될 경우 통일 논의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정부는 남북경색 국면을 서둘러 타개할 필요가 있다. 곧 있을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겠다.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자주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신뢰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길 권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북한이 회담 제의에 호응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북은 지난 2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위원회 책임자 간 회담을 가졌으나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가 북측 고위급 인사를 만나 현 정부 각종 대북 정책의 진의를 설명하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간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는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한 인적 교류의 상징이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상봉이 이뤄졌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단 한번 성사됐을 뿐이다. 이번 경축사에서 추석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이산상봉은 그 자체로 자주 하면 할수록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견인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북측의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단 및 응원단 파견에 대해 재정적으로 최대한 지원해야겠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제적 관례를 내세우며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속 좁은 처사다. 여당 지도부도 이런 의견인 만큼 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적극 환영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