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가 산 루이스 포토시에 위치한 제비동굴(Cave of Swallow)이다. 타원형인 동굴 입구의 지름이 50m, 깊이가 376m이다. 바닥은 축구장 3배 넓이다.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게다가 밑으로 파인 수직동굴이어서 동굴 안을 들여다보려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겁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엎드린 채 굴 안을 내려다보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동굴이 워낙 크고 깊다 보니 세계 각국의 스카이다이버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바닥에서 올려다본 제비동굴은 그야말로 천연의 비경이다.
이 동굴이 세계 최대의 싱크홀(Sink Hole)이다. 땅이 가라앉아 생긴 동굴이라는 얘기다.
싱크홀의 주원인은 지하수다. 땅속의 균열대를 채우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그 공간으로 지반이 일시에 내려앉는 것이다. 싱크홀의 규모는 사라지는 지하수 양에 비례한다.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석고층이나 소금층을 녹이는 바람에 만들어진 싱크홀도 있다.
자연적인 싱크홀은 경이롭지만 도심지의 싱크홀은 재앙이요, 공포다. 한순간에 건물이나 차량을 집어삼켜 인명피해를 내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과테말라시티에서 주택 20여채가 싱크홀로 빨려들어갔고, 2013년 1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는 싱크홀로 인해 건물이 사라졌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인해 지하수가 고갈된 탓이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2년 2월 인천 서구의 지하철 2호선 공사장에서 지반이 무너져 왕복 6차로 도로 한복판에 가로와 세로 12m, 깊이 27m의 구덩이가 생긴 이후 곳곳에서 싱크홀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엔 서울 여의도와 송파구 석촌동에서 잇따라 땅이 푹 꺼지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석촌동 싱크홀’은 두 달 동안 5개나 나타나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은 여전하다. 게다가 지난 5일 석촌역 인근 도로에 생긴 싱크홀의 경우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160t의 흙으로 메워 뭔가 숨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자 서울시가 흙을 다시 파내 원인을 밝혀내기로 했다. 괜한 품을 더 들이게 됐다. 원인 규명과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한마당-김진홍] 싱크홀
입력 2014-08-08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