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폭행사망 파문] ‘변기 핥기’도 적발… 구타·언어폭력·성추행은 빈번

입력 2014-08-08 03:56
육군 28사단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발생한 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범위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음성적으로 자행된 군내의 야만적 폭력 실태는 충격적이다.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선임병이 전입 신병에게 소변기를 핥게 하는 가혹행위가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7일 “지난 6월 23일 전모 일병이 저녁 점호 청소 때 소변기 상단에 물기가 있다는 이유로 A이병에게 이를 핥도록 했다”며 “전 일병에 대해 지난달 초 영창 15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같은 부대에서 지난달 4일에는 남모 일병이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B이병의 얼굴과 가슴을 3∼4회 구타한 사실도 적발됐다. 남 일병은 영창 7일의 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군내에 만연된 폭력 및 가혹행위는 국방부가 8일 전군을 대상으로 실시 예정인 ‘특별인권교육’을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도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인권침해 가운데 가장 빈번한 것은 역시 폭력행위였다. 육군 모 부대 병장은 이등병이 청소시간에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등 5개월간 후임병 4명을 21차례나 상습 폭행했다. 또 동료로부터 후임병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선임병은 후임병을 체력단련장 뒤편 공터로 불러내 전투화를 신은 발로 허벅지와 무릎을 마구 때렸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괴롭히는 가혹행위도 적지 않았다. 육군 모 부대에서는 병장이 생활관에서 일병의 바지를 벗기고 에어파스를 엉덩이에 뿌려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모 상병은 생활관에서 일병의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대고 방귀를 뀌기도 하고 트림을 한 뒤 얼굴에 바람을 불어 냄새를 맡게 하기도 했다. 나이 많은 선임병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며 후임병에게 이유 없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적으로 시키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죽음에 이르게 한 언어폭력 사례도 있다. 한 중사는 병사들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사에게 상습적으로 “병사보다 못한 버러지 같은 놈아”라는 욕설을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하사는 자살했다. 또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개자식, 미역국을 끓여준 네 어미가 한심하다” “벌레는 죽여도 되지만 너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

성군기 위반도 종종 발생했다. 병장이 생활관에서 자고 있는 이등병 옆에 누워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만지기도 하고, 상병은 일병을 세워놓고 수차례에 걸쳐 성기를 움켜쥐거나 손가락으로 튕기는 성추행을 했다. 경계근무를 대신 서게 하고 군화를 닦게 하는 등 병사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 같은 인권침해 사례로 인해 국방부의 ‘인권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인권센터가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권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병사는 37%에 불과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때 41%가 존중받고 있다고 답변했던 것보다 더 낮아졌다. 반면 인권 존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9%에서 16%로 7% 포인트나 늘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