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쟈니 윤(78·본명 윤종승)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관광 업무와 전혀 무관한 데다 주로 미국에서 방송·연예 활동을 해온 80에 가까운 고령의 인사를 관광공사 제2의 요직에 앉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다. 여기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경질이 윤씨 인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나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면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해외동포 재외국민본부장,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관광공사가 배포한 이력서에 따르면 1992년 한국에서 방송 토크쇼를 진행한 것이 공식 이력의 마지막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감사 기용은 대선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관광공사 노조가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을 역임한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까지 포함하면 관광공사는 선거 전문가들의 집단이란 비아냥까지 듣게 됐다.
관광공사 감사는 일반 업무는 물론 예산 등 돈의 흐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자리다. 회계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욱이 감사는 관광공사 사장의 업무를 견제하는 기능도 수행해야 된다. 같은 당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직원들이 업무 지시를 제대로 따를지도 의문이다.
윤씨 인사로 공공기관 개혁의 당위성도 크게 훼손되게 됐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근절을 강조했던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면서 개혁을 외친다는 것이 얼마나 뜬금없는 짓인가. 지금이라도 인사를 취소하거나 아니면 윤씨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본인이나 박근혜정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사설] 관광공사 감사 쟈니 윤, 그 누가 납득하겠나
입력 2014-08-0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