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수학자들의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 말이다. 작가들도 아니고 의사들도 아니고, 세상에 수학자들이라니? ‘수학자들’이라는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수학자들을 찍은 사진집’이라는 이 책의 콘셉트 그 자체다.
수학자들은 숫자라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아무도 오지 않는 외떨어진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장 프랑수아 다르스는 2006년 1월부터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수학자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가 수두룩한 그 곳을 왜 찍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결과는 놀랍다. 160여장의 흑백 사진들은 순수한 열정, 완벽한 몰입, 신성한 고독, 우정의 교류 같은, 우리 모두가 소년이던 시절 학문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동경하던, 오래되고 낭만적인 어휘들을 되살려낸다. 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천재들의 표정과 일상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책은 사진에 수학자들이 쓴 짧은 에세이를 붙인 형식이다. 백발의 노학자가 쓴 글도 있고, 박사 과정을 밟는 젊은 여성이 쓴 글도 있다. 한국인 수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수학자들의 글인데 수식은 나오지 않는다. 영감, 꿈, 시적 도약, 단순함, 쇼팽의 전주곡, 산책, 용기 같은 단어로 쓰인 수학 이야기라니,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세련된 사진과 짧고 우아한 에세이의 조합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것이 수학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사로잡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오지의 학문을 통해 학문의 세계가, 학문을 한다는 것이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신성함과 매력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권지현 옮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수학자들은 왜 카메라 앞에 섰을까
입력 2014-08-08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