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권명수] 밤하늘의 등대

입력 2014-08-08 03:48

어릴 적 시골 앞마당 평상에서 맞이하는 여름밤은 낮과는 다른 세계가 열리는 자리였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들의 반짝임은 한 폭의 거대한 그림으로 변한다. 이런 장관에 혹해 한동안 바라보다 잠이 들곤 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마치 나도 저 하늘의 별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 북두칠성에 마음이 끌렸다.

어느 때부턴가 별 세계는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눈앞의 돌부리와 웅덩이를 조심하며 목표만을 향해 매진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느 날 한적한 시골에서 우연히 올려다 본 밤하늘은 찬란한 별들의 잔치가 펼쳐져 있었다. 북두칠성은 국자모양을 하고 있다. 국자 손잡이 쪽의 두 번째 별 위를 자세히 보면 작은 별 하나가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작은 별 하나가 더 있는 것은 국자의 손잡이가 두껍고 튼튼해야 한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국자는 사람들에게 국이나 반찬을 퍼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서양에는 북두칠성이란 별자리는 없고, 큰 곰 별자리에 속해 있다.

북두칠성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북극성은 북두칠성의 국자 끝 부분에서 뼘으로 5번 짚어 가면 만날 수 있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북극성은 항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북두칠성을 통해 북극성의 정확한 위치를 찾은 선조들은 북극성을 보며 밤에 항해하거나 여행하며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고교시절에 허리통증으로 책상에 앉지 못하고, 치료를 위해 누워 있어야만 했다. 누워 있는 지루한 시간에 손에 든 것이 성경책이었다. 처음은 그냥 읽어가다 어느 부분부터 성경 속의 말씀이 달고 오묘한 은혜가 되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리 보이고 아픈 허리도 점점 나아져 갔다. 이런 경험을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특히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더 잘될 거라는 ‘소박한’ 생각이 나를 신학교로 인도했다.

이런 바람이 공부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하나님과의 관계 심화, 인생의 의미 발견,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 북두칠성은 이런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름 하늘을 보며 나의 바람을 재인식하고 나아갈 길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상황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의 삶을 앞에서 이끌어 주는 별이 있는가(마 2:9). 만약 없다면 삶이 바람대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지향하는 별이 있다 해도 예상치 못한 삶의 상황이 원하는 인생 항로의 유지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은 그냥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별은 길을 잃거나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에게 나아갈 방향과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귀한 등대가 될 수 있으리라. 별은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오늘도 ‘바람에 스치운다’.

우연인지 모르나 내 전자 우편주소가 곰발(bearfoot)이다.

권명수 교수(한신대 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