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이사 온 지 삼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아파트는 201동 505호다. 맞은 편 집은 506호다. 그런데 506호 아저씨는 여전히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 인사를 하면 고개도 들지 않고 도망치듯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친밀해지기 위한 시도를 몇 번 했지만 반응이 없어 우리 식구들은 그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위층은 605호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아이의 발걸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의 위층은 대단했었다. 엄마의 고함치는 소리, 두 아들이 맞고함 치는 소리를 거의 매일 들어야 했었다. 덕분에 층간소음에 단련된 바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위층에서 아이가 뛰는 소리는 참고 넘어갔었는데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입사시험 준비를 하던 조카가 참다못해 605호로 올라갔다. 잠시 후 605호 아기엄마가 떡을 가지고 내려왔다. 죄송하다며 사정을 이야기했다. 여섯 살 딸과 시골에서 내려온 여동생의 아들이 뛰어노느라 소음을 냈다는 거였다. 여동생은 암 투병 중이라 서울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기간이면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요즘이 그 기간이라는 거였다. 그 후 605호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요란해지면 우리 식구들은 ‘시골에서 조카가 왔구나’라고 생각한다. 605호 아기엄마는 요즘 시골 친정에서 무공해로 키웠다는 옥수수를 가져오기도 하고 우리는 동생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누구나 이웃을 괴롭힐 이유로 소음을 내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또는 배려심이 부족하여 소음을 낼 수는 있지만 층층이 사는 서로가 조금씩 참아가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506호 아저씨는 여전하지만 요즘 알게 된 그 집 딸과 아들은 인사도 잘하고 다정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집 부부가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다’고 해석했다. 아파트 이웃은 서로 좋은 해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아파트 이웃들
입력 2014-08-09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