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탄생한 도시다. 이곳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메시아 국가라는 숭고성과 그 이념을 지키기 위해 자행되는 끔찍한 폭력성이 그것이다.
한때 가톨릭 사제였던 미국의 칼럼니스트이자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인 저자는 역사, 인류학, 사회심리학, 지리학, 신학 등을 바탕으로 예루살렘의 과열된 꿈과 이중성을 폭로했다.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고대도시였던 예루살렘은 중세에 이르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가 만나는 교차점이었다. 예루살렘의 지정학적 관계는 종교 때문에 촉발됐지만, 세 대륙의 군대가 이곳에서 만나고 지금은 제4대륙의 군대까지 가세해 전쟁터로 변했다. 순례자들은 가슴에는 열정을 품고 머릿속으로는 세상의 종말을 그리며 양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예루살렘은 마치 가연성 화학물질들이 뒤섞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공간이다. 예루살렘을 향한 지독한 탐욕과 광기가 인류의 끝없는 살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종교와 폭력은 하나다’라고 규정한다. 정녕 해법은 없는가. 죽음 대신 삶을 찬미하고, 믿음과 양심을 강요하지 않는 좋은 종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경선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메시아 도시’ 예루살렘의 과열된 꿈·이중성
입력 2014-08-08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