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때문에 온통 이순신 바람이다. 출판계의 관심은 ‘이순신 바람’이 ‘이순신 읽기’로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 영화를 본 뒤 책으로 다시 한 번 이순신을 만나고 싶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
#역시 ‘칼의 노래’, 그리고 ‘난중일기’
도서시장의 선택은 ‘칼의 노래’와 ‘난중일기’, 두 권으로 압축된다. 김훈의 장편 역사소설 ‘칼의 노래’는 영화가 개봉된 지난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재진입했고 빠르게 상승 중이다. 이순신 도서로는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책이다. 5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칼의 노래’는 문학 분야 주간베스트 11위에 올라왔고, 종합순위로도 22위에 랭크됐다. 교보문고 홍보팀 진영균씨는 “판매되는 이순신 도서가 150여종 되는데 ‘칼의 노래’가 단연 두드러진다”면서 “개봉 이후 1주에 400∼500권이 팔리고있다”고 말했다.
‘난중일기’는 예스24 역사 부문 주간베스트 집계에서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순신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어렵더라도 ‘난중일기’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난중일기’는 여러 번역이 있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도서출판 여해)와 ‘교감완역 난중일기’(민음사)다. 두 권 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의 책으로 ‘증보 교감완역’이 최신작이다.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는 책 몇 권
새로 나온 이순신 저작 중에서는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가 독자와 연구자, 양측 모두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원 신분으로 2004년 ‘이순신의 두 얼굴’을 출간한 김태훈씨가 이후 10년간의 이순신 연구 성과를 보태 개정증보판으로 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이순신을 영웅화하는 익숙하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한 인간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이순신을 바라본 점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박종평씨는 근래 가장 왕성하게 이순신 책을 쓰는 저자다. 2010년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를 시작으로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이순신 이기는 원칙’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를 거쳐 올해 ‘진심진력’에 이르기까지 매년 한 권씩 출간했다. 박씨는 “이순신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면서 “이순신이 어떻게 군대를 경영했는지를 조명한 ‘이순신 수국프로젝트’라는 책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웅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쓴 ‘이순신 평전’도 여러 연구자들이 꼽는 좋은 책이다. 김씨는 “이순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책”, 노 소장은 “동아시아 역사라는 큰 틀에서 임진왜란과 이순신을 조명한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순신 도서 대부분은 표절이고 복제
이순신 책들이 많은 것 같지만 독자적인 콘텐츠나 관점을 보유하고 진지한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책은 굉장히 드물다. 이순신 연구자들조차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답변에 애를 먹는다.
박씨는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이순신 연구가 부족하다”면서 “이순신 도서 거의 대부분이 표절이고 위인전이고 아동물이다”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1960년대 이은상 선생의 ‘난중일기’가 나온 뒤 ‘난중일기’만 해도 지금까지 100여종이 나왔다”면서 “그런데 책들이 거의 다 똑같다. 여전히 이은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 소장도 “기존에 있던 걸 급조해서 대강 빨리빨리 책을 만들었으니 새로운 시각이 있을 리 없다”면서 “이순신은 일본 역사서에서도 ‘일본을 움직인 100대 인물’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들어갈 정도의 인물인데, 우리가 다각도로 조명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박씨와 한 소장은 1970년대 이뤄진 정부 주도의 ‘이순신 성웅화 작업’에 대한 반동으로 학계에서 이순신 연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존재했다고 진단했다. 한문학자이기도 한 노 소장은 한문학계의 연구가 문집을 가진 문인 중심으로 진행돼오면서 무인 이순신을 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이순신 연구가 군대, 특히 해군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략전술 등 특정 주제에 연구가 편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 ‘명량’ 바람 출판계도 흔들까
영화 ‘명량’ 열풍에 출판계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출판사들은 과거에 출간한 이순신 도서들의 개정판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도서시장도 움직이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역사 주간베스트 10위 안에 이순신 도서가 네 권이나 진입했다.
조선영 홍보팀장은 “역사 분야는 순위가 거의 안 변하는데 ‘명량’ 개봉 이후 확 바뀌고 있다”면서 “특히 완역본이 순위에 올라오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명량’ 열풍에… 이순신을 읽는다
입력 2014-08-08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