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어른용 아트 화집으로 다시 태어난 ‘나비 부인’

입력 2014-08-08 03:20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다. 파랑 빨강 색색의 나비들이 한 여인에게 모여 들어 하나가 되는 듯한 그림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나비 부인’이 그림책으로 나왔다. 어린이용이 아닌 어른을 위한 ‘아트 화집’이다.

내용은 알려진 대로. 몰락한 집안의 나비 부인이 미국 해군인 핑커튼 중위와 결혼하지만, 그는 나비 부인을 버리고 새 아내를 맞이한다. 문화적 차이에 사랑의 깊이도 달랐다.

책은 핑커튼 중위의 나지막한 독백으로 시작한다. 비극적 이야기는 프랑스 작가 벤자민 라콩브의 그림과 만나 더욱 깊어진다. 정교한 드로잉, 나비 부인의 감정에 충실한 색채 변화가 인상적이다. 병풍 또는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는 책의 길이는 10m가 넘는다. 책의 앞면은 유화, 뒷면은 색연필 그림과 수채화다. 유화는 한 장 한 장 정성을 기울였다. 작가는 나비 부인을 자신만의 언어와 감수성으로 각색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완성했다.

32세의 라콩브는 ‘체리와 올리브’ 등 스무 권이 넘는 작품을 내고, 파리 뉴욕 도쿄 등에서 그림 전시회를 연 작가. 백화점 쇼윈도를 위한 벽화와 의류, 가방, 인형 제작에까지 참여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은 일반 그림책의 두 배 정도인 시원한 크기의 판형과 독특한 양면구성 등 독창적인 산물인 이책의 바탕이 됐다. 김영미 옮김. 5만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