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당의 중국 현지 콜센터는 텔레마케터들을 감금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수법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단체를 조직한 김모(32)씨는 지난해 6월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고등학교나 동네 후배들을 텔레마케터로 모집했다. 대부분 전과자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잇던 이들은 김씨 말에 따라 선뜻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한 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린 김 팀장은 3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받고 중국에 들어온 ‘신입’ 텔레마케터들의 여권을 압수했다. 신입들은 한 달간 합숙하며 범행에 필요한 교육을 마치고 ‘공범’이 된 뒤에야 여권을 돌려받았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치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이 실시됐지만 가책을 느껴 범행을 거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소속된 한국인 텔레마케터들은 오히려 비자 갱신을 위해 한국에 들를 때마다 지인들을 포섭해 텔레마케터로 데려갔다.
보수는 사기 실적에 따라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때문에 이들의 수익은 매달 수십만원에서 5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대다수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얻은 성과급을 중국 현지에서 유흥비나 불법 스포츠토토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은 성과급 차이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국내 인출책 43명을 검거하면서 조직이 와해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수십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씨와 텔레마케터 등 21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국내 피해자 232명을 상대로 총 21억8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국내 유명 대출 회사나 저축은행을 빙자해 대출 보증금이나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기거나, 검찰·경찰을 사칭해 금융정보를 얻어내는 수법으로 한 사람에게 최대 5400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경찰은 “조선족과 달리 유창한 서울말을 구사하면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쉽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내국인 텔레마케터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중국인 총책, 콜센터장, 통장 인출 총책 등 17명을 쫓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합숙에 성과급… 기업 뺨치는 보이스피싱 콜센터
입력 2014-08-07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