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6일 국방부 앞에서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이전의 피해 사례들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윤 일병 사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자살로 처리됐을 것"이라며 군의 각종 '은폐 의혹'을 규탄했다.
고(故) 정주영 이병의 어머니 곽선자(64)씨는 10년 동안 아들의 시신을 경기도 분당 육군수도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 중이다. '억울한 죽음'이 밝혀져 국방부로부터 순직 처리를 받지 못하면 아들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곽씨는 정 이병이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 영화과에 편입학 허가까지 받아 놓은 꿈 많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20세이던 2004년 5월 입대해 경기도 의정부 제2군수지원사령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하지만 자대 배치 한 달 만인 10월 17일 날벼락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군은 "아드님이 혹시 집에 왔느냐"며 탈영 의혹을 제기했다. 곽씨 가족은 곧바로 부대로 달려갔지만 군 관계자들은 4시간 동안 면담을 거절하다가 '정 이병이 부대 인근 공사 중인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져 자살했다'고 통보했다.
부검에 참관한 곽씨는 자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른쪽 눈에 주먹으로 맞은 것 같은 멍이 들어 있었고 오른쪽 알이 깨진 안경이 주머니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대원들로부터 "선임인 홍모 일병이 정 이병에게 욕설과 구타를 했다"는 증언도 들었다. 사고 당일 정 이병과 홍 일병이 당번조였고, 이때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곽씨의 주장이다. 곽씨는 "공사장 현관에 다른 병사의 군화 자국이 찍혀 있었다"며 "군이 자살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2006년 25사단에서 가혹행위로 숨진 허영선 이병의 어머니 신혜영(58)씨는 지난해에야 장례를 치렀다. 군은 당초 가슴과 팔 등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허 이병의 사인을 자살로 발표했다. 헌병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재조사를 통해 부대원 4명의 집단 따돌림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순직 처분을 받았다. 신씨는 "아들이 '폭행당했다'고 보고했지만 소대장은 욕설과 함께 고양이를 집어던졌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을 순직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4일 육군 수도군단 소속 김모(22) 일병이 선임병에게 맞아 중상을 입고 민간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김 일병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며 선임병이 생활관 문을 걸어 잠근 뒤 마구 때려 두개골이 함몰되고 안구가 파열됐다"고 주장했다. 군은 선임병도 김 일병에게 맞아 상호 폭행으로 1차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軍 사망사고 유족들, 잇단 은폐의혹 제기 “구타 증언 있어도 탈영후 자살로 꾸며”
입력 2014-08-07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