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파문] “강한 공격성 지닌 李병장, 문제없다며 현역 입대시켜”

입력 2014-08-07 03:45
국방부가 6일 현역 및 전역 병사와 부모, 시민단체 인사 등 94명이 참여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병영문화 개선에 착수했다. 그러나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모(25) 병장이 징병 심리검사 때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나왔지만 현역 복무에 적합다고 판단돼 군 당국의 병사관리에 허점이 있었음이 재차 드러났다.

◇부적합자도 현역으로 대거 복무=육군은 '군복무환경' 자료를 통해 병역자원 부족으로 징병 대상자 대부분이 현역으로 입대함에 따라 심리이상자 등 부적합 병사들도 대거 야전부대에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일병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도 심리이상자로 분류됐었다. 류성식 육군 인사참모부장은 "이 병장이 심리검사 때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경고됐지만 현역 복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병무청에서 군에 보냈다"고 말했다.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에서 1993년 72%, 2003년 86%, 지난해 91%로 꾸준히 상승했고 2022년에는 9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현역 입영자 32만2000명 중 심리이상자는 2만6000여명, 입대 전 범법자는 524명에 달했다. 또 6월 말 현재 전체 병사(장교 및 부사관 등 제외) 중 23.1%(8만811명)가 보호관리 병사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검사 기간도 우리나라는 4시간에 불과하다. 미국과 스위스 등이 사흘 동안 총 24시간 실시하는 것과 차이가 컸다.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한 개인별 상담검사도 신경정신과 의사가 10여분, 임상심리사가 20여분 하는 데 그쳤다.

폭행 및 가혹행위 처벌 건수는 2009년 형사처벌 977건, 징계 5984건에서 지난해 형사처벌 1100건, 징계 6095건으로 크게 늘었다.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하는 장병도 2010년 842명에서 지난해 1307명으로 증가했다. 군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도 최근 5년간 33건이나 됐다.

◇새로운 군으로 거듭나야, 병사들 스마트폰 사용 검토=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은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초 위원회는 육군이 주축이 돼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주관키로 했다. 공동위원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 맡았다.

첫 회의부터 군의 구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병장으로 근무했던 여인택씨는 "병영문화 혁신은 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공동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GOP 총기난사와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음에도 군이 여전히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려면 군이 정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 트로셀 주한미군사령부 원사는 "미국 육군에서도 구타 및 폭행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며 "우리가 이런 사안을 다루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군 당국은 병사들이 병영 내 고립감을 가장 힘들어하는 점을 감안해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류 인사참모부장은 "신세대 장병들은 입대 전 하루 평균 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주 소통수단 상실로 병사들이 느끼는 단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지만 보안 등의 문제가 있어 보완점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