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제개편안-3대 세제 신설, 효과는?] 내수 활성화 노리지만… 혜택은 대기업 직원만

입력 2014-08-07 03:49
정부가 6일 '경기부양용'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공약가계부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보다는 단기간에 내수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투자와 배당,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세제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조차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정부 바람대로 기업 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더라도 혜택은 주로 대기업 소속 근로자가 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쉬운 길 놔두고 ‘지도에 없는 길’ 가는 정부=이번에 신설된 3대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에 고여 있는 여유자금을 가계로 흘러들어가게 해 내수를 살리기 위해 고안됐다. 임금을 올리고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세제상 인센티브를 주고, 투자와 임금인상, 배당에 인색한 기업에는 페널티(과세)를 주는 것이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체계가 세제는 단순·명료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는 데 있다. 복잡하고 예외가 많은 세제는 그만큼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특히 ‘채찍’에 해당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그렇다. 정부는 아직 과세기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의 당기소득이 난 A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인상으로 얼마 이상을 쓰면 세금을 내지 않는 기준율을 60∼80%, 20∼40%(투자 제외)라고 두루뭉술하게 발표했다. 투자에 대한 정의도 불명확하다. 이 세제가 3년 한시 적용이기 때문에 기업이 만약 당장 필요 없는 기계설비를 2∼3년 앞서 교체해 투자에 포함시키면 임금과 배당에 힘쓸 필요가 없어진다. 토지 매입 역시 업무용과 비사업용 구분이 불명확하다. 정부는 이 3가지 세제로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3% 포인트 인하한 만큼의 세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야당은 당장 복잡하고 효과가 담보되지 않은 세제 대신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세제정책의 대전제인 ‘증세는 없다’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상승 효과 대기업 위주 가능성=정부는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임금 증가율이 낮을 경우 페널티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대주주가 큰 이익을 보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세 부담이 늘 수 있지만 이 역시 임금은 올리지 않고 투자와 배당에 힘쓰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임금에 별도 가중치를 두면 이를 막을 수 있지만 정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설사 이 3가지 세제가 효과를 거둔다 해도 이 세제를 적극 활용할 회사는 대기업 위주다. 대기업의 정규직 직원 임금이 높아지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효과는 있겠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려대 김우찬 교수는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개념으로 세분화해 못 박을 필요가 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3가지 세제의 효과는 미지수이지만 기업 반발은 당장 시작됐다. 대주주 배당소득 세 감면 등 반대급부로 기업에 여러 가지 혜택을 제시했지만 기업은 경영 자율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